한동안 글자와 동떨어진 생활을 했다. 쉬이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다. 나쁜 일 같은 좋은 일과 좋은 일 같은 나쁜 일이 내 삶에 너울너울 파도처럼 들어왔다 나갔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믿기에 힘들어도 감당해보려 했던 일들이 내 작은 삶을 열심히 뒤흔들고 있었다.
삶의 고단함에 몸과 마음을 누이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잠시 쉬다가 내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올 육아의 하루를 감당했다. 나의 기분과 감정, 컨디션과는 상관없이 아이는 쑥쑥 자랐다.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정말 어른들 말 틀린 것 없다. 아이는 어떻게든 큰다는 말. 요즘의 나에게는 가장 넓은 어깨가 되어준 말이었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삶은 그렇게 고단함과 행복함이 적절히 섞인 반죽처럼 질퍽한 것이니까. 행복해지기보다는 그저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 삶이란 것은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모래성 같은 것. 건강, 돈, 명예, 그리고 생명까지. 그 모든 것 중 어느 것 하나 계속될 것은 없다. 그저 오늘 남편과 아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건강히 웃는 그 웃음에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다면, 그렇게 내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준 것은 내 삶의 어둠이라 생각했다. 삶의 여러 어둠 속에서 나는 빛이신 하나님이 더욱 잘 보였고, 그 손을 잡고 더듬더듬 터널을 나오곤 했다. 터널을 나온다 해서 끝이 아니라 결국 또 다른 터널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하나의 터널을 통과하면 내게 세상과 사람, 삶을 이해하는 작은 지혜가 생겨났다. 아픈 만큼 그 상처에 배어드는 그 지혜가 지나고 나면 참 좋았다.
일말의 어둠. 내게는 하나님을 만나는 고요한 순간이다. 너무 밝아서 왠지 들떠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는 순간이고, 나와 비슷한 어둠의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묵상하는 순간이다.
나에게 가장 큰 축복은 내가 남들이 보기에도 근사한 복을 받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어둠의 순간 속에서도 하나님의 손을 놓지 않고, 더듬더듬 그 손을 찾아낸다는 그 사실이 큰 축복이다. 나의 부모님이 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다. 내게 신앙을 주신 분들. 그리고 내가 가장 어두울 때조차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알게 해 주신 분들. 부모님은 내게 그런 존재이고, 그 사실만으로도 평생의 효도를 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내게 가장 큰 축복을 주셨음에 감사하다. 내가 가장 약할 그때가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때라는 진리를 기억하기에 모든 것이 감사하다. 내게 오는 모든 어둠들에 힘을 쥐어 짜내어 조금이라도 다정하게 인사해본다. 힘들어도 네가 있기에 내가 더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너와의 시간을 잘 보내다 보면 어느덧 쑥 커있는 내 자신이 그렇게 뿌듯하다고.
오늘도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감사합니다,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