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by 빗소리

요즘 글 한 자 쓰기가 참 어렵다. 쉬이 노트북에 앉아지지가 않는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잘 쓰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글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유독 묵직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시기를 꽤 자주 겪는다. 글쓰기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사랑하지만, 왜 가끔 그 무게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걸까? 글이라는 것은 원래 무거운 것인데, 매일 짊어지고 갈 때는 잘 모르다가 어쩌다 가끔 자각을 하는 것일까?


소란했던 낮이 지나가면 누구나 어두운 밤을 맞이하고, 조용히 스스로와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다. 거울을 바라보듯 그렇게 대면하다 보면 삶의 그림자가 소리도 없이 성큼 다가와있다. 밖은 캄캄한 어둠이고, 내 맘은 어둠처럼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 시간에 다가온 그림자. 누구에게나 모양은 다르지만 각자의 그림자가 있다. 그 그림자를 대면하는 것이 무서워서 나는 가끔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 그림자는 때론 글의 모양을 하고 다가올 때가 있다. 글? 그냥 즐겁게 쓰면 되지 뭐 그렇게 어렵게 써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가 삶이 되어 버리면 절대 즐거워지지만은 않는 것 같다. 한낱 이벤트처럼 내 삶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라면 즐거울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 깊숙하게 뿌리내린 것이라면 즐거울 수만은 없다. 때론 글이 안 써져서 괴롭기도 하고,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글 수준에 슬퍼하기도 하며 그렇게 글과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것이다.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애써 작가의 꿈을 꾸는 것보다는 늙어서도 내 정신이 맑을 때까지 변함없이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때까지 나의 삶에는 수많은 일이 오고 가며, 파도처럼 내 삶을 이렇게 저렇게 깎아내릴 것이다. 그 깎아진 모습을 글로 남기며, 그렇게 글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외롭고 힘든 날에도 적어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생각하며.


당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사람으로 비치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쓰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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