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근처에 장이 섰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화요일마다 들어서는 장인데, 그 재미가 참 쏠쏠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장 구경을 좋아해서 친정에 갈 때면 꼭 화요일이 끼도록 노력하곤 한다.
사실 보는 사람이나 재밌지 시장 상인들은 실외에서 자연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겪어야 하는 터라 꽤 힘들 것이다. 여름도 괴로워 보였지만, 겨울의 추위 견디기는 정말 힘들어 보인다. 상인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이신 분들이다. 특히 할머니들이 밭의 채소를 들고 나와서 파시는 모습을 보면 유달리 마음이 쓰인다.
겨울을 나야 하는 상인들에 대한 걱정을 엄마와 나누었는데, 엄마께서 갑자기 8년 전 이야기를 꺼내신다. 그때 엄마는 모기업 음료수를 파는 일을 하셨는데,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장터에는 꼭 나가야 하셨다. 추위에 유독 약하신데도 불구하고, 빈 분유통에 불을 때우며 겨우 추위를 견디시며 음료수를 파셨다 한다.
그러다 갑자기 천식이 생겼다. 숨도 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몇 번이나 입원하셨고, 힘들게 번 돈을 입원비와 통원 치료비로 다 쓰셨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번 돈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가셨다 한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보고자 했던 일은 결국 더 많은 병원비와 평생 고칠 수 없는 병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참 괴로워서 도망가고 싶었다. 나 또한 옆에서 지켜보았고, 10번, 20번 넘게 들은 이야기를 다시 듣고 있는 것이다. 반복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매번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마구 헤집어지는 듯한 고통스러움이 느껴져서였다.
엄마의 아픈 이야기는 때론 내가 겪는 고통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다. 아마도 나의 고통은 내가 버티면 지나가는 것이지만, 엄마의 고통은 나눌 수도 해결해줄 수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스스로 느끼는 무력감이 그 고통을 더하는 것 같다.
가족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지만, 때로는 나의 살이 확장된 듯 또 다른 고통을 대신 느끼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만큼 너무 아프다.
아이를 낳으니 그 고통은 더 커져서 아이의 작은 아픔에도 몇 배나 더 마음이 아파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지만, 그 행복만큼 감당해야 할 아픔도 그에 비례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아이를 낳을 것인지 묻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대답은 언제나 긍정일 것이다. 아픈 게 싫다고 그 사랑과 행복을 경험할 기회를 놓친다는 건 더 아픈 일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때론 나를 너무나 아프게 하는 내 가족들. 사랑의 깊이만큼 아프지만, 그래도 내 삶에서 이런 사랑을 깊이 헤아리며 살아간다는 건 참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것. 더할 수 없이 하루의 사랑만큼을 가족들에게 전해주는 것. 내가 하루의 삶을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