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일기] 조용히 차오르는

by 빗소리

이전의 나는 고민을 가지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분명한 음성으로 곧바로 응답해주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곧바로 분명하게 응답이 온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금세 실망해서 고민거리를 들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몇 초만에 즉각적으로 응답해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그때는 그랬다. 빠르고 분명한 것, 내 눈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리는 것이 더 믿음이 갔다.


믿음이 갔던 조언이 꼭 성공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깨달았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아니기에 나에게 꼭 맞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또 자신만의 생각으로 판단을 내리기에 그 판단이 꼭 옳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나에게 조언을 했고, 나는 그때그때 조언에 따라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했다. 실패할 때마다 세상의 뭇매를 무작정 얻어맞으며.


때론 내가 심각하게 고민을 구했던 일이 친구의 입 밖으로 나가 곤란하게 되는 적도 있었다. 친구만 알았으면 하는 일들이 다른 누군가가 알게 되고, 결국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나의 이야기가 흩어지는 일이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정말 중요한 비밀이라면 그저 내 맘 속에 있는 것만이 안전한 거구나. 나와 하나님만 아는 비밀이어야 진정한 비밀일 수가 있구나.


오랫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정말 중요한 일은 사람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것보다 하나님께 조용히 들고나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사람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면 하나님께서 어련히 적절한 사람을 붙여주지 않을까라는 믿음도 있었다. 물론 정말 해결이 될까, 답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접을 수는 없었지만, 사람에게 얻는 조언으로 인해 얻은 많은 실패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에 하나님만큼 나를 잘 아는 분도 없고, 하나님만큼 나를 걱정해주는 분도 없을 거라는 믿음을 붙잡았다.


최근 내 삶에 하나님의 조언만을 바래야 하는 상황이 여럿 생기면서 나는 하나님께 더 자주 무릎 꿇고 여쭤보았다. 속상하고 간절한 마음에 기도를 게을리할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도 내 고민을 해결해줄 수가 없기에 더욱더 하나님께 의지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응답은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하나님의 응답은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나님은 내 입맛대로 움직이는 분이 아니었다. 나에게 가장 좋은 때와 방식을 스스로 고르시며 응답해주시는 분이었다.


기도를 한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바쁘게 살다 보면 내 마음속에 조금씩 조금씩 생각이 차올랐다. 그 생각이 점점 차올라서 분명한 확신의 덩어리가 되면, 그 확신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하루의 끝에서 비로소 하나님이 하신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그 생각이 몇 시간 만에 차오를 때도 있고, 한 달만에 차오를 때도 있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내가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도록 하나님은 늘 절제할 수 있는 힘과 상황을 허락하셨다.


기도했던 일들은 하나님께서 끝까지 책임져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내가 원하는 응답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나는 고작 돌을 구하는 낮은 수준의 기도를 했을지 몰라도 나를 만드시고 시공간을 넘는 지각을 가지신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보석으로 응답하셨다. 때론 그 보석이 실패라는 포장지에 싸여서 올 때도 있었지만, 당장은 슬프더라도 결국 시일이 지나 돌아보면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 보석이었는지 꼭 깨닫게 되곤 했다. 하나님은 내가 깨달을 때까지 천천히 그게 왜 보석인지 알려주셨다.


둘째의 유산도 그랬다. 한 달 전 소파 수술을 위해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며 앞이 캄캄했던 나를 기억한다. 모든 것을 잃은 패잔병 같은 기분이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에 찬바람이 부는 느낌이다. 나는 내가 많은 것을 잃었다 생각했다.


하나님은 지난 한 달간 천천히 내 마음속에 건강한 생각이 차오르게 하셨다. 비록 내가 둘째를 잃었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유산 이전보다 더 깊어진 신앙과 기도의 습관이 생겼고, 그로 인해 더 단단한 심지와 평안을 얻었다. 하나님께 더욱더 삶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기도하였고, 그 기도로 인해 나의 삶의 작은 부분부터 서서히 올바르게 정리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내가 잃은 것이 크게 느껴졌을지 모르나, 내가 얻은 것은 그보다 더 컸다. 이전보다 더 건강해진 내 마음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나님의 응답은 빗물을 받아내는 물웅덩이처럼 그렇게 조용하게 차오르는 것. 세상의 빠른 리듬과 달리 하나님만의 리듬으로 나를 채워가시는 그분의 방식이 참 좋다.


여전히 나는 수많은 고민거리와 해결해야 할 일들로 머리가 아플 때가 많지만, 고민하는 그 시간에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기도드리다 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이고, 내가 볼 때 좋든 나쁘든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답을 가지고 계실 거라는 믿음이 나를 평안하게 한다.


많은 문제들을 깔고 앉은 깊은 밤, 평안한 마음으로 '요게벳의 노래' 중 한 구절을 음미해본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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