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기도] 실패에서 찾는 감사

by 빗소리

애증의 그 무엇. 5년 전 구입한 스타일러에 대한 내 마음이다. 정장을 많이 입어야 하는 우리 부부의 상황을 보면 스타일러는 꼭 필요한 기계이다. 매번 물세탁을 할 수도 없고, 자주 드라이클리닝을 맡길 수도 없으니 말이다. 스타일러에 넣고 돌리면 먼지도 어느 정도 털어지고, 나쁜 냄새도 없어지니 참 좋았다.


문제는 수리였다. 스타일러는 냉장고나 세탁기, 티비와 비교할 때 역사가 짧은 기계이다. 그 말은 곧 수리 기사들의 집단 지식 또한 많지 않다는 의미이다. 스타일러라는 기계가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오류들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수리 기사들은 매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만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3년 전 우리집 스타일러는 갑자기 물이 흥건하게 새는 문제가 생겼다. 수리기사님이 2일에 걸쳐 본체를 뜯어보아도 마땅한 수를 못 찾아내셨다. 때론 금요일 저녁까지 수리를 하시다가 어머님이 아프셔서 병원에 가보셔야 한다며 급하게 돌아가기도 하셨다. 3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스타일러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수리 경험은 더 부족했다. 다행히 3일째 되는 날에 이유를 찾았다. 수리기사님께서 연결 부위를 막고 있던 세제 찌꺼기를 발견하신 것이다. 결국 극적으로 스타일러는 수리가 되었고, 2년 동안 잘 사용했다.


최근 다시 스타일러에 문제가 생겼다. 34분이면 끝날 표준 코스가 2시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 문제였다. 건조시간을 스타일러 스스로 늘려가고 있었다. 수리비도 걱정되지만, 이번에도 문제 원인을 찾아내려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시작부터 질려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에 오신 기사님은 너무 어리셨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기사님이었는데, 안 그래도 어려운 기계 수리라 경험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규 기사님이 오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걱정이 앞섰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본체를 뜯어보시고, 이것저것 부품을 만지시며 3시간여를 수리한 끝에 기사님은 아직 답을 못 찾겠다고 죄송하다고 말씀하셨다. 내일도 다시 오랜 시간 수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지만, 나보다 더 고생한 기사님을 위해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다음 날에는 17만 원 상당의 메인 부품을 갈면서 수리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았다. 기사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본사와 연락하여 좀 더 상의해본 뒤 방법을 찾아서 다시 오겠다 말씀하셨다. 나는 어쩌면 이 기계를 고치지 못할 수도 있겠단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도 애쓰신 기사님의 얼굴을 보니 기계보다 기사님의 마음이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기사님께 정말 괜찮다고 애쓰셨다 말씀드렸다.


며칠 동안 기사님의 연락이 없었다. 아마도 본사와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 같았다. 며칠 뒤 드디어 연락이 왔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해야 할 부품을 들고 도착한 기사님과 스타일러의 씨름이 시작됐다. 3시간을 기계와 사투를 벌이시고 기사님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내게 오셨다. 3일 동안 10시간 넘게 점검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점검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하셨다. 본사의 최종 의견은 '원인 불명의 문제로 베이스 부품 전체를 바꾸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였다. 기사님은 이제 내게 선택을 부탁하셨다. 베이스 부품은 5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다. 스타일러의 절반 좀 못 미치는 가격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나는 결국 수리를 포기했다.


이미 나는 이렇게 전개될 일을 예견하고, 이 일에 대해 여러 번 기도했다. 하지만 결국 스타일러 수리는 실패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찾을 수 있었다.


비록 기사님은 신규 직원이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있었다. 다른 스케줄로도 바쁠 텐데, 우리 집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할 수만 있다면 가장 빨리 스케줄을 잡고 부지런히 찾으셨다. 한 번 오면 쉬지 않고 기계와 씨름하셨다. 비전문가인 내가 볼 때도 이 분이 뜯어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무수히 뜯고 조립하고를 반복했다. 이분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나는 조용히 납득하고 있었다. 스타일러가 지금 일으키는 오류가 밝힐 수 없는 오류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하나님은 그분의 일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천천히 내게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것 같다. 때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배우는 일도 많다는 것을 말이다.


결혼 10년 차이다 보니 신혼 초에 샀던 집의 대형 기계들이 하나둘씩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여러 수리기사님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중 한 기사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성격이 참 소탈하신 분이라 고객인 나에게도 꾸밈이 없으셨다. 구입한 지 6년밖에 안된 티비의 메인 기판을 갈아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소위 뽑기 운이라는 게 있는데요. 고객님은 쉽게 말하면 뽑기운이 없었던 거예요. 구입한 지 1년도 안되었는데 고장이 나는 기계도 있고, 10년이 넘어도 고장 한 번 안나는 기계도 있어요."


나는 스타일러 뽑기운도 없었나 보다. 하지만 스타일러 수리를 겪으며, 나는 삶의 태도에 대해 배웠다. 어쩌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최선까지 다하며, 문제를 대하는 것. 그렇게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설사 해결되지 못했더라도 자신과 주변에게 큰 배움을 주는 것이다. 경력이 짧은 신규 기사님의 그런 태도에서 나는 참 많이 배웠다. 나는 문제 앞에서 저렇게 맹렬하게 달려들며 최선을 다했던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코로나 19 사태도 그렇다. 마지막 확진자의 퇴원으로 끝날 결과도 중요하지만, 질병과 싸워 이겨나가는 이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이게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사스나 메르스가 지나고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왔듯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수많은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찾아올 것이라 한다.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올바른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다음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 전세계도 우리나라의 이 대응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한다. 부디 임기응변식의 대처가 아니라 먼 미래까지 바라보며 전염병이 돌 때 체계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만들어 가는 우리나라가 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중요시하라. 많이 들은 말이지만, 이를 몸소 보여준 수리기사님과의 시간에 감사하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스타일러의 사용은 문제없게 되었다. 기사님의 실험 끝에 표준 코스 이외의 다른 코스들은 문제가 없이 잘 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코스들로 대체해서 이용하면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 시작은 큰 문제 같이 여겨졌지만, 지나고 보니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법이다. 기사님과 나에게 있어 쉽지 않은 10시간이었지만,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새벽기도를 이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정말 많은 사단의 방해를 느끼고 있다. 사단이 얼마나 기도의 자리를 싫어하는지를 느끼면서, 이 기도가 참 소중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한 번은 괜찮던 몸 컨디션이 확 안 좋아져서 기도를 시작조차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괜찮아질 것을 믿고 1시간 정도 해야 할 기도를 모두 마쳤고, 기도를 마친 뒤 가뿐해진 몸을 느꼈다. 또 다른 날은 누군가 뒤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한 시선을 뒤에서 느낀 적도 있다. 순간적으로 공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기도 중 평안함으로 공포심을 물려주심을 느꼈다.


오늘은 아이가 내가 기도한 지 20분도 채 안된 상태일 때 서재로 달려왔다. 엄마랑 놀고 싶은 마음에 6시에 일어난 것이다. 얼마나 엄마랑 놀고 싶으면 새벽부터 일어날까 싶어 아이와 놀아주었다. 해야 할 기도가 참 많은데, 끝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자고 있었지만 상황을 대충 눈치챈 남편이 일찍 일어나 아이와 놀아주었다. 나는 남편과 아이가 시끌벅적 노는 틈새에서 서재에 들어가 기도했다. 아이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긴 기도를 드리는 건 처음이었다. 초반에는 소리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간절함이 있으니 점점 기도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해야 할 기도와 기도 중 떠오르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도를 이어갔다.


오늘 나의 새벽 기도는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가 결코 실패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새벽 기도가 실패한 덕에 나는 깊은 기도를 2번이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남편 또한 내 기도생활을 존중하고 응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를 모아 결국 사랑이라는 완성품을 만드시는 주님. 스타일러 수리의 실패도, 내 기도의 실패도 모두 나에게는 고마운 경험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런 마음만 있다면 내게 오는 모든 경험들에 대해서 넉넉히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연약한 자여서 오늘 이런 마음을 갖고, 내일은 또 넘어질 수 있으나, 나를 또다시 일으켜주실 주님을 믿는다. 믿는 자의 가장 큰 힘은 모든 것을 감사라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일 것이다. 넉넉히 이길 나, 때론 넘어질 나, 그리고 다시 일어설 나. 나의 모든 삶에 대해 감사합니다, 주님.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은혜를 받는 제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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