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글을 쓸 수 없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 글 쓰는 것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몇 번 했습니다. 저는 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쓰는데, 솔직하게 쓰다 보니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 자신의 삶 자체가 부족함 투성이인데, 이런 제가 어떻게 하나님을 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은 그저 내 욕심이 아니었을까. 많은 질문 속에서 지난 한 달을 보냈습니다.
한 달 동안 한 글자도 쓰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삶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늘 머리를 싸매며 쓰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런 어려움에서 벗어나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요. 점점 돌아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원래 남에게 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런 제가 저의 삶을 나누는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나 봅니다.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니 좀 더 편안해졌습니다.
시간이 점차 흘렀습니다. 멈춰 있는, 어쩌면 이제 영영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제 브런치에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제가 왕성히 활동할 때보다 오히려 멈춰 있을 때 늘어난 구독자수가 더 많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평소 제 글을 좋아하며 지켜보던 친구 몇몇이 왜 글쓰기를 멈추었는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저를 지켜보시는 것 같던 하나님께서 새벽 기도 중에 저에게 이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중을 비추셨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솔직히 기도했습니다. 능력도 부족하고, 삶도 잘 살지 못하는 제가 어떻게 하나님을 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저는 이제 그런 것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오늘 이 글의 제목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누가 너에게 완벽하게 살길 기대했니. 그리고 완벽한 글을 너의 능력으로 쓰라고 한 적이 있니. 너는 그냥 너의 약함을 고백해라. 그게 너의 몫이다. 너의 약함을 보고 사람들은 나의 강함을 볼 것이고, 너의 약함을 보고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야. 너는 약한 자의 노래를 불러라."
정확하게 제 마음을 읽으시고, 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 언젠가는 써야지 마음먹고 있는데, 오늘 아침 오랜 인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비가 와서 빗소리를 듣다 보니 제가 생각이 났다고. 그래서 글을 읽었다고. 14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 글을 오래도록 사랑해주신 지인의 메시지를 받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아 글이 잘 나올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잠든 아이를 뒤로 하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저는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시험관 4차를 진행한 것입니다. 난자가 1개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에 기적적으로 성공을 했고, 수정란을 이식했습니다. 1개의 수정란으로 과연 임신이 될까 싶었지만 정말 임신이 되는 기쁨과 동시에 낮은 임신 수치라는 슬픔도 맛보았습니다. 화학적 유산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유산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생리와 동시에 계속 쭉쭉 올라가는 임신 수치를 보며, 이제는 자궁외 임신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4일에 한 번씩 계속 피검사를 하며 초조하게 기다리던 시간들. 결국 마지막 4차 피검사에서 완전히 유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좋았고 슬펐습니다.
여기까지 제 상황을 읽으신 독자라면 근 1 달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슬픈 일이 찾아오는 저의 일상에 제가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감사와 평안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약한 자를 더욱 사랑하시고, 더욱 보듬으시는 분이십니다. 지난 1달 동안 매일 새벽마다 하나님을 만나며 그분의 품 안에서 저는 참된 안식을 누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임신보다 더 중요한 건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라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주셨고, 그렇기에 저는 저의 힘든 상황에만 집중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 참된 자유와 기쁨을 누렸습니다.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 더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지금 제게 값 없이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이 저같이 못난 인간을 택해주시고 주의 자녀 삼아 주신 것도 감사하고, 고마운 남편, 가슴 뿌듯한 딸을 주셔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하신 것도 감사합니다. 우리 집이 저에게는 제가 이런 곳에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좋은 집이고, 제가 입는 옷, 제가 먹는 음식이 모두 참 귀하고 감사합니다. 남들이 볼 때는 평범하고, 어쩌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제 주변의 모든 사람과 물건들에 대한 참된 감사를 알게 하셨습니다.
고난은 축복입니다. 다음 시험관이 잘되면 좋겠지만, 안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실패도 제 마음의 기쁨을 앗아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제 곁에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하나님과 함께라면 제 삶은 언제나 평안과 기쁨이 가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약한 자입니다. 담담하게 쓰는 이 글처럼 1달 동안의 과정을 그리 담담하게 이겨내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울고, 많이 괴로워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제 안의 많은 죄성으로 인해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약함을 기쁨으로 고백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약하기에 하나님이 역사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살려 하기보다 하나님과 함께 살려 노력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하기보다 제가 경험한 하나님을 가감 없이 전하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 약함을 고백하며, 약한 자의 노래를 기쁨으로 부르는 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글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