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1. 엄마께서 사실상 뇌사가 되셨지만, 사람의 숨은 그리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하루하루 깨닫습니다. 생명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심을 배웁니다. 엄마께서 저에게 주는 선물 같은 하루하루 너무 울지 말고 죽음을 차근차근 준비하게 해 주소서. 아직 엄마의 시간을 허락하시는 하나님 은혜 감사합니다. 모두들 저에게 기적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엄마는 식물인간 그 이상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뇌의 중요한 부분이 모두 망가져버렸습니다. 희망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제 남아서 부모가 없는 험한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저와 동생을 응원해달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하늘 아버지가 계십니다. 그 품에 의지해 씩씩하게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평생 동안 제 부모로서 제 길을 이끄시는 주 은혜 감사합니다.
2. 간병 휴가가 끝나고 내일부터 학교에 돌아갑니다. 엄마 장례식까지 잘 마치고 학교에 돌아가고 싶었으나 현실은 모두 엉망진창입니다. 수업하다 언제 병원으로 다시 불려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안타깝지만 이 또한 주의 뜻이 있겠지요. 그 뜻을 찾길 원합니다. 가장 좋은 타이밍을 고르고 계시는 그 은혜 미리 감사합니다.
3. 3일 만에 엄마를 보는 호두를 위해 일찍 집에 와서 놀아주고 씻겨주고 많이 안아주었습니다. 호두가 행복해했습니다. 부모로서 살 수 있어 감사합니다.
4. 병원을 벗어나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니 엄마 없는 삶이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함이 충격입니다. 눈물샘이 고장 나서 갑자기 울음보가 터지기 일쑤입니다. 까진 살에 소금 뿌린 듯 마음이 따갑습니다. 저는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금 마음을 재활 시켜 살아가야 합니다. 아픕니다. 그래도 제 손 잡아주세요. 기도할 하나님 계셔서 감사합니다.
5. 홍성에 도착하자마자 호두를 안아주고 두 번째로 한 일은 동백꽃을 산 일입니다. 집에 놓아두고 슬플 때마다 보았습니다. 꺼져가는 엄마의 생명과 달리 빨간 생명력을 펄떡펄떡 보여주는 동백입니다. 하나님 창조하신 아름다운 꽃을 보며 다시금 힘내게 하소서. 꽃을 살 돈이 있어 감사합니다.
6. 이모랑 통화하다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사실상 지금 제가 가장 평안한 곳은 엄마가 있는 중환자실 앞 의자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잘 못 자던 잠도 불편한 자세로 푹 자고, 마음도 안정을 찾습니다. 언제든 엄마에게 일이 나면 일분 이내로 달려갈 수 있는 곳이니까요. 엄마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지금, 엄마를 혼자 두고 왔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눈물만 납니다. 불안하니 잘 쉴 수도 잘 먹을 수도 없습니다. 이틀이 지나 다시 엄마에게 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아직 살아계시는 엄마가 있어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7. 부고를 어디까지 보내야 하나 매일 골치가 아픕니다. 제 성격상 신세 지는 걸 너무 싫어해서 거의 알리지 않고 싶은데, 저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서운하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또 하루가 흘렀습니다. 엄마 임종하시면 부고 전달 전 기도를 여러 번 하고 보내야겠습니다. 지혜를 나누어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