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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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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Dec 29. 2022

[감사일기] 12월 28일

12월 28일

1. 엄마께서 사실상 뇌사가 되셨지만, 사람의 숨은 그리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하루하루 깨닫습니다. 생명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심을 배웁니다. 엄마께서 저에게 주는 선물 같은 하루하루 너무 울지 말고 죽음을 차근차근 준비하게 해 주소서. 아직 엄마의 시간을 허락하시는 하나님 은혜 감사합니다. 모두들 저에게 기적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엄마는 식물인간 그 이상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뇌의 중요한 부분이 모두 망가져버렸습니다. 희망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제 남아서 부모가 없는 험한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저와 동생을 응원해달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하늘 아버지가 계십니다. 그 품에 의지해 씩씩하게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평생 동안 제 부모로서 제 길을 이끄시는 주 은혜 감사합니다.


2. 간병 휴가가 끝나고 내일부터 학교에 돌아갑니다. 엄마 장례식까지  마치고 학교에 돌아가고 싶었으나 현실은 모두 엉망진창입니다. 수업하다 언제 병원으로 다시 불려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안타깝지만  또한 주의 뜻이 있겠지요.  뜻을 찾길 원합니다. 가장 좋은 타이밍을 고르고 계시는  은혜 미리 감사합니다.


3. 3일 만에 엄마를 보는 호두를 위해 일찍 집에 와서 놀아주고 씻겨주고 많이 안아주었습니다. 호두가 행복해했습니다. 부모로서 살 수 있어 감사합니다.


4. 병원을 벗어나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니 엄마 없는 삶이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함이 충격입니다. 눈물샘이 고장 나서 갑자기 울음보가 터지기 일쑤입니다. 까진 살에 소금 뿌린  마음이 따갑습니다. 저는 새로운 세상에다시금 마음재활 시켜 살아가야 합니다. 아픕니다. 그래도   잡아주세요. 기도할 하나님 계셔서 감사합니다.


5. 홍성에 도착하자마자 호두를 안아주고 두 번째로 한 일은 동백꽃을 산 일입니다. 집에 놓아두고 슬플 때마다 보았습니다. 꺼져가는 엄마의 생명과 달리 빨간 생명력을 펄떡펄떡 보여주는 동백입니다. 하나님 창조하신 아름다운 꽃을 보며 다시금 힘내게 하소서. 꽃을 살 돈이 있어 감사합니다.


6. 이모랑 통화하다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사실상 지금 제가 가장 평안한 곳은 엄마가 있는 중환자실 앞 의자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잘 못 자던 잠도 불편한 자세로 푹 자고, 마음도 안정을 찾습니다. 언제든 엄마에게 일이 나면 일분 이내로 달려갈 수 있는 곳이니까요. 엄마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지금, 엄마를 혼자 두고 왔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눈물만 납니다. 불안하니 잘 쉴 수도 잘 먹을 수도 없습니다. 이틀이 지나 다시 엄마에게 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아직 살아계시는 엄마가 있어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7. 부고를 어디까지 보내야 하나 매일 골치가 아픕니다. 제 성격상 신세 지는 걸 너무 싫어해서 거의 알리지 않고 싶은데, 저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서운하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또 하루가 흘렀습니다. 엄마 임종하시면 부고 전달 전 기도를 여러 번 하고 보내야겠습니다. 지혜를 나누어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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