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분한 인연

by 빗소리

오늘 호두와 함께 이제 곧 새 생명을 맞이할 친구를 응원하는 시간을 가지고 왔다. 나 또한 호두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와 남편이 만들어낸 새 생명. 따뜻하고, 아름답던 그 작은 생명체를 보며 한 없이 차오르는 벅찬 감정에 잠을 못 이루던 밤이었다. 그 순간을 맞이할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친구와 나는 20년을 함께 했다. 친해진 건 고등학교 때이지만, 초,중,고,대 무려 4개의 학교를 함께 나온 신기한 인연이다. 보통 초,중,고를 함께 나온 친구는 꽤 있을테지만, 대학교까지 같이 가기는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대학교도 함께 갔다. 그 당시 나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조금 더 어려운 과정을 딛고 대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인품이 좋았던 내 친구는 어려운 과정을 딛고 온 너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게 감사한 일이라 말해주었다. 친구의 말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내게 고마운 말로 남아있다.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었고,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다. 인품도 좋고, 넉넉한 마음을 가져서 베풀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잘 들어주는 친구와 달리 나는 여전히 부족하게 베푸는 듯하며, 듣기보다 말하는 것에 더 심취하는 경향이 많다. 좋은 친구인지라 보고 배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많이 좋아졌다 생각하는데도 친구를 대할 때마다 나는 정말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꽤 자주한다.


이 친구를 포함한 인생 친구가 2명 더 있는데, 이 세 명의 친구에게 나는 정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들과 20여년 정도를 함께 하며 참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때로는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주었고, 도와주고 싶다는 명목으로 듣기보다 말하기를 더 많이 했으며, 이기적인 마음으로 배려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돌이켜보면 참 후회스러운 일이 많다.


늘 과분한 인복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특히 이 친구들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한다. 부족하고 못난 사람을 아직도 친구라 이름 붙여 주고, 정기적인 만남을 위해 초대해주고, 내 인생의 대소사에 진심 어린 참여를 해준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운영하면서도 이 친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 조언을 정말 많이 받았다. 네 글이 너무 좋다며 매일 아침 너의 글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참 과분한 내 친구. 진작에 멀리했어도 할 말 없는 사람인데, 여전히 날 위해 친구라는 자리를 넉넉히 내어주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따지고보면 정말 훌륭한 친구들이 많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주변에 왠만하면 알리지 않은 내 브런치 주소를 내가 직접 연락하여 메시지로 알려드린 나의 고마운 인연들. 언니, 친구, 동생 그 모든 인연들에게 나와 인연을 맺어주어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혹여라도 내가 그분들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부족함으로 인함이 아닌 전적인 내 부족함이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다듬어짐이 필요한 사람임을 고백하고 싶다. 그리고 사과하고 싶다.


가급적 인간관계를 넓히지 않고, 좁은 인간관계를 오래, 깊이 가지자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지금의 내 인연들이 매우 소중하다. 살아가면서 그 고마움들을 평생토록 갚아가며 살고 싶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내 삶에 나타나주었던 그 순간은 제 인생의 찬란하게 빛났던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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