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아기를 재우다 잠들었다. 아기를 재우다 잠드는 건 내게 슬픈 일 중 하나이다. 하고 싶은 수많은 일을 잠재운채 다시금 해야만 하는 일들이 기다리는 아침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잠들었다가 갑자기 1시쯤 눈이 떠졌다. 아기 재우다 이를 못 닦고 잤기에 이만 닦고 다시 자야지 하고 일어났는데, 책이 너무 고팠다. 뭐라도 읽고 싶은 허기를 느꼈다. 요새 읽고 싶어서 내내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란 심리학 책을 읽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책을 오랫동안 읽지 않을 때, 글을 오랫동안 쓰지 않을 때 나는 무척 글이 고프다. 깊은 허기를 어찌할바를 몰라 괴롭다. 밖이라면 서점에서 당장 책을 사기도 하고, 안이라면 책장에서 무조건 책을 빼어들고 10분이라도 읽는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한 문장이라도 끄적이고, 하다못해 포스트잇에라도 내 생각을 잠시 기록한다. 글을 읽고, 쓰는 삶. 내게 참 귀한 삶이다.
글의 허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감각이다. 이미 내 글에 여러 번 밝힌 바있지만, 내게 글의 허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은 나의 아버지였다. 글 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각박한 삶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던 내 아버지는 나에게 삶을 두 배로 풍성하게 사는 삶을 알려주었다. 책 속 인물을 통해 살아보지 않은 수백, 수천 가지의 삶을 살아보게 해주셨고, 마음 속 생각들을 최대한 정교하게 뼈와 살을 발라내어 독자 앞에 내놓도록 글쓰기의 본보기 또한 보여주셨다.
책을 읽는 습관, 글을 쓰는 습관. 이 습관들은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좋은 습관 중 하나이다. 직업을 떠나 누구나 책 읽기와 글 쓰기를 꾸준히 한다면 현재의 삶보다 점점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새들의 아름다운 깃털을 모두 꽂고 아름다움을 뽐내었던 우화 속 새처럼 각 책의 주인공들의 훌륭한 점을 내 안에 담을 수 있고, 내 생각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글로 나눔으로써 공감을 나누고, 같은 것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배울 수도 있다.
읽을 책이 많음에, 아니 읽고 싶은 마음이 넘치기에 감사하다. 책을 읽느라 글을 쓰느라 다른 오락을 즐길 여유가 없는 삶이지만, 그런 삶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의 읽기와 쓰기가 나에게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의미있는 사유를 선물할 수 있는 것이기를 소망한다. 죽는 날까지 최대한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지고, 끊임 없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길 바란다. 최근 읽은 책의 저자 김형석 교수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