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은 꼭 목련꽃 같아요."
난 칭찬을 들을 때면 부끄러워 얼른 상황을 모면하려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도 순간적으로 부끄러워서 다른 이야기를 하며 얼른 화제를 전환해버렸다.
어떤 말은 마음에 천천히 가라앉아 오래도록 남는다. 이 말은 내 마음에 씨앗처럼 심겨져 매년 봄이 올 때마다 목련꽃처럼 새롭게 피어났다. 목련꽃이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말이 생각났다. 저렇게 환한 꽃이 날 닮았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주셨을까. 과연 내가 그런 말을 들어도 목련꽃에게 누가 되는 것은 아닐까. 목련꽃을 바라보노라면 이런 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분주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련꽃을 볼 때마다 왠지 좋아지는 기분은 숨길 수 없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말이 없는 성격은 아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는 아주 오래도록 이야기해도 지치지 않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주 갖지 않는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아지는 법. 정제되지 않은 마음은 결국 정제되지 않은 말로 이어지고, 즐거워야 할 모임의 끝이 왠지 모를 후회로 이어질 때가 있다. 내가 더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더 들어주는 시간을 보낼걸, 서로에게 이로운 말을 해야할텐데 왜 나는 쓸데 없는 자기 과시, 꼰대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주로 자신에 대한 후회가 많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목련꽃의 칭찬처럼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 향기가 오래 가는 말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 한 문장이라도 말이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에 대해 깊이 묵상해보았던 마음들이 모여 문장을 만든다. 그 문장이 그의 마음에 가닿는다. 진심은 그렇게 힘이 센 것이다. 진심의 문장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세월의 색을 입어 더 근사하게 변화하여 존재감을 과시한다.
나는 오늘 사람들과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어떤 말을 나누었는가. 생각 없이 해버린 말에 혹여 상처 받은 사람은 없었을까? 불편한 사람은 없었을까? 이제 온라인까지 가세되어 세상의 말은 넘쳐 흐르고 있다.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며 우리의 삶을 채운다. 때론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말들도 있고, 때론 단 한 마디의 문장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경우도 있다.
당신은 목련꽃을 닮았어요.
목련꽃을 닮지 않은 내가 이 문장으로 인해 목련꽃을 마음에 가득 품은 사람이 되었다. 바라보는 눈을 꽉 채울 정도로 크고 화려한 꽃, 순백색의 꽃잎이 나비처럼 우아한 꽃. 그런 꽃을 마음에 품으니 마치 내가 정말 목련꽃이 된 것만 같다.
누군가와 말할 때는 그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에게로 흘러가는 내 말이 그를 향한 기도가 되어 그에게 가장 필요한 말,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말, 떠올릴수록 행복해지는 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말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살리고, 그를 살리는 길이므로.
오늘 나의 문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가닿았을까. 때론 나의 진심이 외면 당하더라도 초라해지진 않는다. 진심은 진심 그 자체만으로도 귀한 것이니까. 상대방의 반응과 상관 없이 이미 최선을 다한 마음은 나를 위해 이로운 것이다.
내일은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랑하는 내 아이의 귀에 기도하는 마음을 품은 문장들을 흘려보내야겠다 생각해본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곧 사라질 문장이 아닌 누군가의 마음에서 다시 꽃이 되어 피어나는 문장을 말하는 하루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사진 출처 http://naver.me/GDehWW7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