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고난

by 빗소리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마 6:34)



내가 무척 좋아하는 성경 말씀이다. 내 기본 성향은 걱정 인형에 매우 가깝지만, 의외로 멀리 있는 일에 대해서는 잘 걱정하지 않는 면이 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든 책임져주실 거란 생각과 어떤 경험이든 내게 유익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잔 걱정은 악세사리처럼 달고 있다.


하루에 하나의 고난은 있어왔다. 크든 작든 어떠한 종류든 마음이 완벽하게 명쾌했던 적은 없다. 아마도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돈을 벌어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상황은 매섭다.


돌아보니 정말 그 날의 괴로움은 딱 그 날 족할 정도였다. 한 때 내 마음을 마구 뒤흔들던 힘든 일이 지금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며칠 동안 컨디션이 부쩍 좋아지니 지난 몇 주간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감사한 일이다.


엄마로서의 삶은 더 고난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하루하루 할 수 있는 행동이 매일 달라지는 아이와 있다 보니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좀 적응되었다 싶으면 또 다른 문제를 주고, 이것도 잘 푸네 싶으면 또 다른 문제를 제공한다. 예측 불가하다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주는지 모르겠다. 특히 나처럼 계획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오늘 하루만큼의 고난을 겪으면서 생각한 것은 하루의 고난을 성실하게 잘 해결하려 노력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중요할 뿐 고난 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회피하지 않고, 성급하게 해치우려 하지 않고, 차분하게 있는 힘을 다하려는 모습은 내 자신에게도 나의 아이에게도 좋은 공부이다.


낮잠 재울 때 아기가 나와 소통하려 하는 것을 보며, 아이의 공부 촉수가 정말 많이 발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가 이렇게 했지? 나 이런 것도 알아.'라는 의미의 '어어어어어'를 하며, 아이는 몸의 언어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 순간 아이가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주의 깊게 보고, 작은 머리를 굴려가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 닥친 힘겨움을 해결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 꼭 잘 해내지 않아도 되고, 그저 노력하고 있는 것만 보여준다 해도 아기에게는 좋은 인생 공부가 될 것이다.


아이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도 좋겠지만, 가장 좋은 것은 험한 세상에서 살아갈 능력을 주는 삶일 것이다. 엄마가 고난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모습 자체가 매일의 그런 삶을 위한 최고의 공부라 생각한다. 어제 걱정은 접고, 내일 걱정은 미루며, 오늘 걱정에만 온전히 몰입하여 집중하는 그런 자세. 아기에게 그런 자세를 정신적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


자세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왠지 아쉽다. 고난이 고난으로서만 끝나게 하지 말고, 꼭꼭 곱씹으며 그 안에 숨겨진 감사를 발견해야 그 고난조차 나의 강함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루를 감사함으로 맺는 데에는 감사 일기만큼 좋은 게 없다 생각한다. 지인들과 꾸준히 감사 일기를 쓰며, 매일의 삶을 감사로 마무리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데, 고난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다. 그 괴로움은 오직 그 날에만 배울 수 있다. 배우기 위해 하루가 가기 전 고난에 대해 꼭 다시 한 번 되짚고 생각해야 한다. 그 안에 담긴 감사를 발견하고, 고난을 꼭 끌어안는다. 이제 고난도 내 안에 들어왔다. 내 안을 이루는 또 다른 요소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하루마다 하루만큼 단단해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한 날 괴로움도 아름답게 열매 맺게 하여 잠들 수 있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고난은 아픈 것이 분명하지만, 고난이 없는 삶은 도약도 없는 삶이므로. 내일의 도약을 위해 오늘의 고난을 묵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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