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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그미 Apr 11. 2024

나의 글쓰기는 어떻게 합니까

... 어떡할까요? 지금 좀 답 없는데.

육아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주제를 내어 아주 소중하고 진지하게 다루고 싶기도 하지만, 이건 적어둬야겠네요. 오늘은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간 덕분에 글 쓸 기회를 얻었습니다.

세 시간에 걸친 집안 대청소를 마친 뒤에 얻은 소중한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내 식구들이 돌아오기 전에, 난 여기에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려 하는 이야기보따리를 조금 비워야 하겠습니다.


글을 씁니다. 여기,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왜 브런치에서 쓰느냐면, 일단 이 화면이 집중해서 글 쓰기에 좋은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단정한 큐레이션으로 다른 사람들의 글도 소개받을 수 있지요. 꽤나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직장생활과 직 관련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터라, 퇴사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곤 했어요. 마지막 이유로, 내 글에 달리는 '라이킷' 표시 때문입니다. 아, 저는 순진하지 않습니다. 내가 쓴 모든 글에 붙은 '라이킷'이 반 이상 가짜라는 것을 알아요. 어떤 플랫폼의 어떤 계정이든, 자기를 표현하든 상업적 목적을 갖든 많은 계정이 자신의 계정을 '키우기' 위해서 다른 사용자들에게 기계적인 라이킷을 보내고 받지요. 이 플랫폼에도 그런 계정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글을 게시하면 몇 초 만에 새 알림을 받지요. 내 글을 나도 다 읽지 못한 시간에 말입니다. 처음엔 얼떨떨했고, 글을 실제로 '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 후에는 불쾌했어요. 그런 '라이킷'에는 진정성이 없잖아요. 플랫폼 만든 사람들도 '그런' '라이킷'을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게 나에게 플라세보(위약) 효과를 일으킨다는 걸 알게 됐어요. 머릿속에 꽃밭 스위치를 켜 두고 이 현상을 대하면, '내 글을 읽기도 전에 무조건 라이킷으로 지지를 표현해 주는 계정이 있네! 참 너그러워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하니 이 플랫폼에서 계속 쓸 이유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여기서 쓰면 최소한 10개의 계정은 '라이킷'으로 나에게 위약을 먹여주니까요, 그게 가짜 격려라고 한들 내가 격려받기만 하면 좋은 거 아니에요? 진정성은, 그런 깊은 것은 다수에게서 함부로 구하려고 들면 안 돼요. 내 글을 천 명이 열람해 그중에 한 명이 내 글을 뜻깊게 읽어주기만 한다 해도, 제 글쓰기는 성공적인 것입니다. 꿈이 크네요. 애초에 천 명이 열람하는 것도 굉장한 기적일 것이에요. 하물며 그러할진대, 열 명 정도의 라이킷 사이에서, 진짜로 내 글을 읽고 그에 관해 소통의 댓글을 달아주는 사용자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 어떠할까요? 전 그런 반가움을 벌써 느껴보았답니다.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서. 그래서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됐어요. 


글 쓰는 나는 사실 조금 절망적입니다. 안심하세요. '조금'이니까. 왜 절망적이냐면, 예전처럼 나의 정수를 녹여 흘려보낼 것 같은 글이 써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20대 때의 나는, 그게 설령 배설이었다고 나 스스로 평할지언정, 나를 융해시켜 글을 쓰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절절하지 못합니다. 기술적으로도 녹슬었고요. 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도 잘 안 써지는 것 같아요. (겸손해진 걸까요?)

게다가 여전히 쓸 시간과 기회가 마땅치 않습니다. 내 글쓰기 근육은 퇴화한 지 오래라고 했는데, 정말이에요. 매일매일 쓰기가 아주 아주 어렵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매일 한 동작을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죠. 흔히 이렇게 실패하지 않나요? '운동 3일 차, 너무 힘들어서 오늘만 쉬어야지.... 그리고 내년이 되어 새해 각오를 다지며 헬스장을 새로 결제할 때까지 쭉 운동을 쉬었다고 한다.' 나의 글쓰기 운동도 비슷합니다. 그러니 시작 단계인 내 글쓰기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겠습니까? 성공보다 실패가 가까운 곳에 있는데.

이번 문단은 지난 문단과 하루의 간격을 두고 쓰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식구들은 저녁이 깊어 집에 돌아왔고, 나는 식구들을 위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다음엔 체력이 소진되어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죠. 오늘도 그러한 하루를 보내고, 어떻게 잠들지 않고 용케 버티어, 주섬주섬 쓰고 있는 것입니다. 꾸역꾸역, 씁니다. 아직은 답 없는 내 글쓰기에 관하여.


아주 조금만, 희망적으로 말해볼까요. 일단 오늘은, 조금이라도 썼잖아요. 그러니까, 그것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운동 초보가 꾸역꾸역 헬스장에 도착해 문을 열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의 성공이 되듯이, 오늘의 나도 조금 썼다는 점만으로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자평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나 소중하고 즐거운데도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끙끙거리고 애를 써야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저란 사람입니다. 대신 다음엔 쾌변 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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