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가 잘 될까요?
잘, 잘, 잘. '잘하다' 3단계
어느 날, 20대 중반의 청년이 자신의 친절한 사촌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30대 중반인 사촌이 물었습니다.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사진에 감각이 있고, 커피 공부를 사랑하고, 치열하게 미래를 고민하고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은 감성을 다해 대답했어요. '자기 옷을 잘 다림질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대화에 충실히 임하던 사촌은 대꾸했습니다. '매일 한 시간씩 다림질을 하면 몇 년 후엔 다림질을 잘하는 어른이 될 거야.'
저 건조한 대답을 던진 사촌이 바로 제 남편입니다. 이 대화를 전해 들으며 무슨 그런 대답을 했느냐고, 감성이 듬뿍 느껴지는 말에 너무 현실적인 대답으로 받아친 것 아니냐고. 깔깔 웃으며 핀잔을 주었는데, 나중에는 그 말을 자꾸 곱씹게 되더군요. 뭔가를 잘하고 싶으면, 하루에 한 시간씩이라도 하는 게 맞지요. 그 외에 다른 왕도가 있을까요? 달리는 차 안에서 차창 옆으로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내가 흘려보낸 시간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그 길을 마주하지 않아 와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구나. 노력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그 노력이 가져다주는 결실을 얻을 때의 환희에 대해서, 잊었구나. 보상만을 바라는 나는, 노력과 과정에 관해서는 죽은 지식과 진배없는, 껍데기 같은 개념을 안고 있구나. 그래서 노력하지 않은 채 좌절만 하는구나. 이것도 가짜 좌절인 셈이구나. 눈물도 부끄러운 것이다.
나를 되돌아봅니다. 되돌아보는 건 때때로 지겹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답 없기도 합니다. 이제 앞에 두고 살아갈 시간을 바라보면서, 다시 무언가를 소망해 봅니다. 너무 큰 것을 바라지 않고, 내가 올곧게 노력해 얻을 것. 그럼으로써 보람을 얻을 것.
나는 여전히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쓰기를 소망하고, 쓰기를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에세이집을 출간한 지인에게 축하를 보내며 속으로 질투를 느끼고, 해외생활을 마치기 전까지 책 한 권을 출간하는 게 목표라는 친구의 이야기에 가슴이 덜컹, 하며 부러움을 느끼는 소인배가 나였네요. 나도 하고 싶은 그것을, 나보다 더 그 '이룸'에 가까운 지점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만 못할까 봐 불안하고, 그러니 샘을 냈던 것이지요. 못났다 진짜,라고 스스로를 꾸짖으면서도, 무언가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나 질투를 멈추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답 없이 뱅뱅 돌지 말고 쓸 수 있는 걸 써야 해요. 못난 마음으로 사는 것을 그만둬야 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엇인가를 하는 남을 질투하고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을 아무것도 안 하는 나처럼 끌어내리고 싶은 심리가 작용해서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먹지도 말아야 하거니와, 내가 끌어내리고 싶어 한다고 누군가의 강하고 아름다운 의지가 끌어내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저앉은 자리에서 늪 속으로 빠져버리는 건 나 혼자일 것입니다. 늪에 빠지기 전에 빨리 손발을 허우적거려서 마른땅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요즘 작성 중인 '나의 글쓰기'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내가 '글짓기 잘하는 아이'가 되기까지 과정은 사실 단순했더군요. 매일 썼어요. 그러다 보니 쓴 게 많아졌어요. 글 짓는 자리마다 많이 나섰어요. 평판을 얻었지요. 그게 다예요. 그리고 과정과 시간과 평판의 시너지에 힘입어 나는 내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었던 거죠. 그건 남편이 사촌에게 말한 '매일 한 시간씩 다림질을 하면 나중엔 다림질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어요.
'잘하다'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첫째로 '옳고 바르게 하다.'가 나옵니다.
둘째는 '좋고 훌륭하게 하다.'
셋째는 '익숙하고 능란하게 하다.'
넷째는 '버릇으로 자주 하다.'
사전은 가장 널리 쓰이거나 가장 중심 의미되는 것을 첫째로 소개하지요. 하지만 나의 글쓰기를 '잘하려면' 네 번째 뜻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버릇으로 자주 하다.' 자주 하다 보면, 익숙하고 능란해지겠지요. 그러다 보면 결과물이 좋고 훌륭해지겠지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정진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옳고 바르게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어요. 그럼 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말장난하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저는 진지합니다. 저 진짜 잘하고 싶어요. 매일 한 시간씩, 몇 편이든, 쓰고 또 써서, 글쓰기 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