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드디어, 카이로!

by 심그미

1월 4일

카이로, 오전 8시 30분.

동 트는 지중해를 지나, 이집트 상공에 들어서고, 카이로를 향해, 고도를 낮추며 비행기는 순항했다. 나일강 줄기를 따라 모자이크같은 초록색 논이 보였고, 조금씩 큰 도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별안간 모래색 땅 위에 서 있는 피라미드가 보였다. 정말 신기하잖아? 12시간의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착륙! 적지근하구나.

공항에 도착해서 한국인이 할 일은 거의 똑같다. 현금 25달러를 들고 비자를 구입한다. 스티커 형태로 파는 비자를 받아 들고 수하물 찾는 곳 방향으로 간다. 입국심사를 무사히 받으면 비자 스티커를 여권에 붙여준다.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안이 유심을 구매해 왔다. 수하물을 찾고는 짐 정리를 한번 더 했다.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캐리어에 넣고, 당장 외출에 필요한 물건만 휴대할 수 있도록, 정리, 또 정리. 짐을 찾은 후에는 예약한 택시 기사와 만나 기자로 갔다.

카이로 공항은 내리자마자 모래와 먼지의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이름이 마흐무드라는 기사는 과묵했고 이집트 음악을 들으며 공항에서 기자 지역까지 이동했다. 우리의 첫 숙소는 기자에 있다. 짐을 보관하고 바로 길을 나설 것이다. 북경에서 2만 보를 걸었고,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더니 이미 여행을 한 번 마친 것만 같다. 남은 순서는 귀가해서 짐도 풀지 못한 채 기절하듯 잠드는 것, 아닐까? 그러나 우리 여행은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설레는 동시에 무섭다.


우리의 첫 숙소는 '그레이트 피라미드 인'이라는 곳으로, 기자 피라미드 매표소 근처에 자리잡은 숙소다. 기자 지역에 들어서면서 내가 탄 차 옆을 지나다니는 말과 낙타에 이미 어린이의 마음으로 '우와' 하며 감탄하고 있었지만, 차에서 내려 숙소 앞 거리를 보니 다시금 놀랍다. 도로에는 낙타, 말(과 마차), 자동차, 사람이 전부 통행하고 있고, 낙타와 말의 똥은 무 많이 널려 있다. 그리고 웬 개들이, 덩치가 작지도 않은 개들이 거리를 마음껏 누비고 있다. 인도에 벌러덩 누워 있으면 사람이 다닐 엄두가 안 난다.

거리에 발을 들이자마자 똥을 감별할 수 있다. 저 납작한 것은 싼 지 좀 되었군(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다). 새로운 똥은 바퀴에 눌리지 않아 초록색 색감과 볼록한 양감이 생생히 살아있었다. 손 닿으면 따뜻할지도 모른다. 피하며 걷다보면 일자로 곧게 걸을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서기만 하면 낙타똥은 없다. 숙소에 짐을 보관하고 현금을 뽑으려 ATM을 찾아갔다. 공항에서 현금을 조금 찾아두고 싶었으나 아까 그 마흐무드가 기다리고 있다고 재촉했기 때문에 서둘러 공항을 벗어나느라 현재 우리 수중엔 이집트 화폐가 한 푼도 없다. 숙소의 직원은 '오른쪽으로 2분만 걸어가면 돼!'라고 안내했지만, 그곳에는 수수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회사의 ATM이 있었다. 여러 금융사의 기기들이 거리 곳곳에 있다. 처음으로 찾아낸 수수료 무료 기기는 'out of service' 상태였다. 실망스러워라. 몇 군데를 허탕친 뒤에 사람이 덜 다니는 곳에서 출금에 성공했다. 기기마다 충전된 돈이 있어야 하는데, 기기의 돈이 동났는데도 은행마다 그걸 제때 관리하지 않는 듯하다.


걸어간 김에 점심시간도 되었겠다, 10분 정도를 더 걸어서 메리어트 리조트의 식당에 들어갔다. 란스럽고 충격적인 기자에 더 뛰어들기 전에 쾌적한 곳에서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ATM에서 메리어트 리조트의 정문까지 10분 남짓이면 되었건만, 식당 입구를 찾느라 10분을 더 썼다. 몹시 피곤한 상태인지라 식당이 가까워질수록 식당으로 가는 길이 길어지는 것 같았다.잘 가꾼 조경, 낙타(와 낙타똥)이 없는 리조트 안에 들어서니 쾌적함이 남다르다. 름다운 조경, 잔잔한 분수, 식당에 앉으니 자리에서 거대한 피라미드가 보인다. 카이로에서의 첫 식사 시작! 처음으로 이집트 음식을 먹는다. 망고주스, 커피, 하와쉬, 코샤리, 버섯 크림 리가토니를 시켰는데, 식전빵이 한 바구니 가득 나와 그것을 먹고 나니 정작 주문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지경으로 배가 불러 버렸다. 이 정도로 식전빵 인심이 후한 줄을 알았더라면, 요리를 두어 개만 주문했을 텐데..!

이집트의 망고주스가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온 참인데, 과연 맛있다. 첫날인지라 이 망고주스가 '이집트'의 망고주스여서 맛있는지, 'JW메리어트'의 망고주스여서 맛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담백한 식전빵이 하도 다양해서 하나씩 맛을 보고, 코샤리 먹는 방법을 배웠다. 양고기를 우리나라 떡갈비처럼 양념하고 반죽해서 구워 납작한 밀가루 빵에 넣은 하와쉬는 살짝 매콤하다. 버섯 크림 파스타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 크림 파스타 맛이다. 맛에 감탄, 한 눈에 담기는 피라미드가 믿기지 않아서 감탄, 봐도 봐도 거대한 피라미드의 크기에 또 감탄! 이집트에서 먹은 첫 끼는 아주 여유롭고 운치있다.

피로가 덜 풀린 몸에 음식이 들어오니 배부름과 피로가 겹겹이 쌓여 몸이 묵직하다. 쉽게 일어날 수 없다. 가족과 첫 영상통화도 하고, 유를 부리며 앉아 있었다. 우리의 이집트 대박물관 관람 시간 예약은 13시. 하지만 13시가 넘어서도 못 일어나겠다.

대박물관은 우리 둘 다 굉장히 기대하는 곳이기에, 입장을 아주 못하게 되기 전에 겨우 몸을 일으켜 길을 나섰다.

여기에서 식사비를 치러 보니 음식에 붙는 세금이 굉장히 비쌌다. 리는 메뉴판을 읽으며 이 푸짐한 식사가 약 6만원 정도 되겠다고 미리 식비를 계산해본 후 주문했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즐기겠니, 라고 하면서. 그러나 계산을 마친 이안이 내게 외치기를,

"언니, 거의 10만 원이야!" 한다.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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