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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Nov 07. 2021

어린 날 자전거 타기가 가르쳐 준 것


"줄 게 있어, 잠깐 다녀가~"


지인의 전화가 왔다. 고구마며 양파며 시골에서 올라온 것이 있는데 와서 가져가라는 거였다. 자전거로 7분여 정도 되는 거리이지만 걸어간다면 꽤 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나는 평소에 자전거로 생활을 많이 한다. 동네 주변은 거의 자전거로 이동하고, 시장을 보거나 지인을 방문 할 때도 자전거로 다닌다. 자전거는 2016년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하였다. 고향에서 어릴 때 타본 이후 오랜 시간 자전거를 잊고 살았다. 수십 년 후 다시 타기를 시도해 보았더니 아직도 몸이 자전거 운전하는 법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은 자전거가 없으면 너무 불편할 정도이다.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후딱 다녀올 수 있어서 참 편리하다. 더군다나 이동할 물품이나 장 보기 한 물건들이 있을 때는 한층 더 유용성을 발휘한다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우면서 정말 많이 넘어지고 까지고 다쳤다. 자전거를 배운 시기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은데 아마도 초등학교 4~5학년 때인듯싶다. 아버지께서 타시던 어른용 자전거였다. 지금의 자전거보다는 크기도 크고 손잡이도 모양이 다른 구식 자전거였다.

'나도 자전거 타고 싶다'라는 간절한 생각이 들어서 타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남들이 타는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혼자 연습을 했다. 시기적으로 가을이 깊어가던 때였다. 이 시기에는 저수지 안에 물이 많이 줄어서 공터가 생긴 즈음이었다. 저수지와 우리 집은 1분 정도의 거리였으므로 저수지 안에 가서 자전거 연습을 하기에 딱 좋았다.


자전거는 높고 덩치가 크고 털털 거렸지만 그나마 하나 있는 자전거라 감지덕지였다. 저수지 안에 전봇대가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는데 그 기둥에 참 많이도 부딪혔다. 어릴 때라서, 너무 자전거가 타고 싶은 나머지 아무도 잡아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혼자서 죽어라 탔다. 넘어지고 자빠져도 다시 타고 또 엎어져도 시도하는 일을 끈질기게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저수지를 빙 돌아가는 좁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그야말로 하늘을 붕 떠서 날고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경사진 곳을 내리 달릴 때는 항상 그 어린 날의 기억도 환상처럼 머릿속을 휘돌아 달린다. 혼자 배우고 혼자 기어이 해냈던 자전거 타기!


어릴 때 배운 것, 특히 몸으로 배운 건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자전거를 그때 배워두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자전거를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을 거다.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크게 다친 후 그 트라우마로 다시는 자전거 타기를 시도하지 못한다는 이들을 종종 만나본다.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면 자칫 크게 다칠 수가 있다. 나도 많이 다쳤지만 어릴 때라서 다시 시도하는 일을 덜 겁냈었는지도 모른다.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넘어질 때도 있었고 넘어지면서 자전거 사이에 다리를 낀 적도 있었다. 전봇대에 부딪혀 충격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다시 자전거에 오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30여 년 만에 다시 타게 된 자전거는 처음엔 조금 익숙지가 않았다. 커브를 틀다가 남의 차에 가서 부딪치기도 했었고, 겁도 없이 도로를 달리다가 물웅덩이를 밟고 보도와 차도 사이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도 당했다. 무릎을 콘크리트 바닥에 찧어서 한쪽 무릎이 홀랑 다 까지고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피가 줄줄 온 다리를 적시는 참담한 불상사였다. 다행히 뒤에 따라오는 승용차가 잘 피해 가서 더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뒤따라오는 차가 잠시 한눈이라도 팔았다면 나를 순식간에 덮쳤을 것이다. 두려운 생각도 순간 엄습했다. 그 사고 후 비가 온 다음날이나 물웅덩이는 항상 조심하며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거나 차도를 피해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다. 얼마간 들었던 두려운 마음을 쓱쓱 지우며 사고의 기억을 재생하지 않았다. 한번 겁을 내게 되면 그 생각이 마음 중심에 자리 잡게 되어 점점 뒤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면 시간도 절약하고 운동도 되어 좋다. 주차공간이 따로 필요가 없어 웬만한 거리는 어디나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나는 어릴 때 포기하지 않고 배운 자전거 타기의 유익함을 지금에 와서 누리고 산다. 자전거 없이도 좋은 탈것이 너무나 다양한 시대이지만 나는 이 자전거가 좋다. 어린 날 끈기 있게 뭔가를 해내는 법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자전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를 심어준 자전거,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준 자전거,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인내와 끈기, 용기라는 매우 중요한 덕목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고 배우게 했던 자전거가 너무나 고맙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편리한 탈것들보다 더 애정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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