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노릇하기의 어려움

아르바이트 가는 아이

by 비움

아침 7시경,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고 있는데 아들이 내 방을 들어왔다. 평소에 낮·밤이 바뀌어 사는 아이라 이 시각 즈음에는 한참 잠에 빠져 있어야 맞는데, 요새는 종종 아침에 아이의 얼굴을 본다. '잠을 아직까지도 안 잔 거냐'고 물어보면 '자고 깼다'라고 말한다. 새벽 3시경에 잤다가 일찍 눈이 떠져서 일어난 거라고.


나는 가끔 아이 방문을 열어보고는 한숨을 쉬고 닫을 때가 있다. 밥알이 말라붙은 음식 그릇, 주점 부리한 과자봉지와 휴지조각들, 잡동사니가 너저분한 책상 위, 주야장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헤드폰을 끼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아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거의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도 대학 복학 문제(올 해 휴학을 했었다)와 아르바이트 등 고민이 많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 기준으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느니 '뭘 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은 단지 잔소리 이상의 효과는 없으리라 보았다. 누가 뭐라고 주절주절 훈계를 늘어놓지 않아도 스스로에 대한 번민과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을 시기가 아니겠는가! 아마도 한 해가 다 끝나가는 지점에 서 있으니 마음이 더 복잡할 것이다. 그래서 요새는 잠도 많이 자지 않는 듯하고 기상 시간이 아닌데도 정신이 깨어 일어나 있는 것 같다.


"엄마, 나 오늘 오후 2시에 가평에 가. 면접 볼 일이 있거든" 했다. "무슨 면접?" 했더니 복학전 아르바이트를 할까 한다고 했다. 친구 소개로 가평의 어느 펜션에서 일을 해볼 생각이란다. 가게 되면 한 달을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엄마 생각은 어떠냐고.

나는 너무 좋은 일이라고 환영했다. 아이는 조금 의아한 얼굴로

"엄마, 내가 한 달을 집 떠나 있는데 괜찮아?"

했다. 아들은 막내라서 유독 어릴 때부터 '엄마, 엄마' 하며 엄마 주변을 맴돌았다. 엄마와 함께 뭘 하는 걸 좋아하고, 어딜 같이 가기를 좋아하고, 엄마와 이야기하는 걸 좋아라했다.


그런데 자기가 한 달이나 집을 떠나 있겠다는데 엄마는 마음이 괜찮냐는 의미이다.

"당연하지. 이제는 우리 아들이 성인이 되었고, 무엇을 하든지 너의 주관과 결정이 우선이지 않겠니? 엄마는 그것을 존중한단다. 그리고 자식이 뭔가를 해보겠다고 시도하고 도전하는데 말릴 부모가 어디 있겠니? 염려 말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해 보렴. 엄마는 대환영이고 엄청 기쁘단다."

하였다. 아이는 이 말에 조금 섭섭해하면서도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한 달을 집 떠나 있는 일에 대해 염려하는 아이, 22이라는 나이인데 어찌 보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뭐든 늦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예뻐하여 감싸고 보호하는 일도 많았고, 가정불화와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과 상처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그것이 안타까워서 나는 아이에게 뭔가를 하라고 서두르며 강요하거나 함부로 윽박지르지 못한다. 그냥 기다릴 때가 많다. 하지만 어쩌다 속이 터질 때가 있어서 가끔 한 두 마디 하기도 하는데 아이는 그것조차도 때때로 잔소리로 생각하는 듯하다. 또 아무 말이 없으면 엄마가 자기한테 관심이 없다고 여기는지 불평을 하기도한다.

부모의 입장이란 게 난감할 때가 많다. 너무 간섭이 많아도, 너무 무심해 보여도 아이들은 불만을 터뜨리니까 말이다. 부모 노릇 한다는 게 참 쉽지않다.


자신의 의견과 결정을 알리고 엄마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을 확인한 후 아이는 얼굴이 달처럼 환해졌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손이 작고 귀여운 아들은 그 토실한 작은 손으로 나의 등을 10여 분간 주물 거리며 두드려주고는 제 방으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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