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사랑 법

by 비움

"오빠 커피 마셔야 하는데 프림이 다 떨어졌네 프림 좀 사다 줘 그리고 이왕 마트 가는 김에 까나리 액젓도 한 병 사와"

나는 요새 커피를 수동으로 일일이 타 먹고 있다. 시중에 일정한 비율로 맞춤식 한 커피 믹스가 입맛에 꼭 맞지 않아서 내 기호대로 마시고 싶어서이다. 커피와 프림, 설탕의 비율은 보통 1.5:4:2이다. 프림을 듬뿍 넣으면 커피의 씁쓰름한 느낌도 가시고 맛이 훨씬 부드럽고 고소하다. 프림을 많이 넣는 데는 요즘 하고 있는 저탄 고지식과도 연관이 있다. 아무튼 이 맛에 길들여져 날마다 한 잔씩 즐거운 의무를 행하듯 시식을 하고 있다.


남편은 한참 만에 돌아와서는 식탁 위에 프림과 까나리 액젓 외에도 포테토칩을 비롯한 과자 몇 봉지와 크라비아를 턱 내려놓았다. 나는 이걸 왜 또 사 왔느냐고 잔소리를 했다.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심심하면 먹으라고 사 왔다 한다. 집에서 군것질을 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탄 고지식을 하는 중이라 과자 종류는 되도록 절제하는데, 남편은 꼭 이런 식으로 초를 친다. 있으면 먹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라 나는 아예 주전부리류를 구비해두지 않는 편이다. 한데 남편에게 그런 나의 입장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때로 남편은 나의 반응을 즐기는 듯하다. 간식을 안 먹는다 하면 은근슬쩍 책상 위에 비스킷이나 과일을 깎아다 슬쩍 놓아둔다. 내 손으로 일부러 찾아 먹는 일은 하지 않아도 눈앞에 먹기 좋게 펼쳐 놓으면 또 집어먹고 있는 게 나다. 그러면서 남편은 "안 먹는다더니 잘~ 먹네 그걸 그새 다 먹었어?" 하면서 실실 웃는다. 이런 나의 행동이 재미있나 보다.


나는 장을 보거나 마트를 가면 꼭 필요한 거 외에는 잘 사지 않는다. 한데 남편은 은근 군것질 거리를 잘 주워 담는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어 나는 남편과 마트나 시장을 잘 가려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조금 아이스러운 데가 있어서 하지 말라는 짓을 자주 하곤 한다. 오늘처럼 뭐가 떨어져서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하면 꼭 부탁한 것 외에도 몇 가지를 더 보태서 집어온다. 그러면서 내가 먹고 싶어 할까 봐 사 왔다고 그럴싸한 변명을 한다. 오늘도 식탁 위에 과자와 크라비아가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고 '아차' 했다. 마트 가기 전 '부탁한 거외에 쓸데없는 거 사 오지 말라'라고 당부했어야 했는데. 그러나 사실 그 주전부리들은 내가 좋아하는 거 맞다!


이게 이 남자의 사랑과 관심의 표현인가 싶기도 하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마누라가 좋아하는 거라 여겨서 나름 이것저것 골라 담은 거다. 이벤트적 선물은 거의 하지 않지만 종종 마트 볼 기회가 생기면 아내에게 이런 식의 소소한 줄거리를 챙기는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듯하다. 나는 미니멀리스트여서 쓸모 있는 물건이나 먹거리가 아니면 별로 반갑지가 않다. 해서 자동적으로 불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인상을 쓰게 되는데, 가끔 남편에게 오늘처럼 잔소리를 하면 괜스레 조금 미안해지곤 한다. 딴에는 날 생각해서 아내가 좋아하는 과자나 간식을 고민하며 골라 담았을 텐데 싶어 마음이 찡해진다.


남편이 사 온 프림을 듬뿍 넣어 믹스 커피를 맛있게 내 입맛대로 탔다. 남편에게도 똑 같이 타 주었다. 어떻게 주어도 커피맛이 어떻다는 둥 말이 없는 남편, 커피맛을 모르는 건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남편은 생전 커피맛에 대한 불평이 없다. 아메리카노를 묽게 주어도, 스틱 믹스를 타 주거나 한 스푼 두 스푼 내 맘대로의 비율로 타 주어도 도통 내가 주는 대로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 그러면서도

"커피맛 어때?"

하면 한결같이

"맛있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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