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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지 않고 알 수 없는 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by 비움

브런치 시작한 지 채 20일이 되지 않았다.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안 사고 버티기'라는 어제 올린 글이 대박을 쳤다. 하루 조회수 1만을 넘어선 거다. 글을 올리고 몇 시간 후에 우연히 브런치를 들여다보았는데 갑자기 조회수 6000을 돌파했다는 거다. 대체 이게 뭔 일? 어떻게 6000의 조회가 나올 수 있지? 브런치 메인에 떴나? 하고 살펴보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 다음 홈에 뜬것도 아니고, 다음에서 브런치 조회를 해 보고 제목을 검색했는데 상위에 있긴 하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이런 조회수가 나올 수 없을 텐데 싶어 의아했다.


그건 그렇고.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명백한 목적이 있었다. 매일 글을 한 편씩 쓰고 모아서 출판하려는 계획이었다. 브런치 내의 여러 프로젝트와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출판하려는 마음이 있어서이다. 블로그를 하며 지쳤던지라 브런치로 가서 자질구레한 플랫폼 관리에 신경을 끄고 글에 집중하고 싶었다. 좋았다. 매일 글을 쓰고 발행하니 창고에 곡식 가마니 쟁이듯 글이 한편 한편 쌓여가는 게 즐거웠다.

10여 일을 열심히 글만 썼다. 구독이니 뭐니 신경을 아예 끄고서. 구독 버튼이 그냥 달려 있구나! 댓글 풍선은 왜 있을까? 브런치도 댓글이 중요한가?라고 얼핏 스쳐보면서 말이다. 수백에서 수천의 구독자를 가진 작가들은 대체 저 많은 구독자가 어찌 생겼을까? 아마도 일찌감치 브런지에서 활동했나 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렇게 이 주정도 지났는데 브런치에서 지갑을 만들어준다나? 하여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신청을 해보았는데, 그동안 나의 브런치 활동 결산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글수나 라이킷 등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구독자수가 이주 내내 3이었다. 다른 결산 버튼은 컬러풀 한데 구독자수는 무채색이었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해, 하며 무심히 넘겼다.

며칠 후 내년의 목표를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게 됐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소극적인 활동을 했었다. 되도록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온라인 활동을 그럭저럭 했다. 하나 2022년부터는 온라인을 비롯한 외부활동도 열심히 해볼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 구독자수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글만 쓰고 출판만 하려고 브런치를 사용하는 거라면 구독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나 글과 관련한 연계 활동을 하려면 구독자수는 중요하리라 본다. 일단 보이는 게 있어야 하니까.




'글을 모아 출판하기'에 더해 글과 관련한 활동 목표를 세우고 나니 그와 함께 늘어난 과제가 생겼다. 계획이 없을 때는 유령처럼 보이던 구독자 버튼이 또렷하고 팔팔하게 살아났다. 노력 없이 이루는 게 있던가!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구독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무리하지 않고 일주일에 10명의 구독자를 만들기로 정했다. 매일 3명의 작가에게 맞구독 신청하기, 지인들에게 구독 부탁하기, 블로그 이웃에게 구독 요청하기,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먼저는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글쓰기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은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브런치를 구독하려면 가입부터 해야 해서 번거로움이 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귀찮을 수 있다. 해서 부탁하는 이들이 다 해주는 건 아니다. 구독한다고 하고선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구독하기 했다는데 안 된 사람도 있다.

지인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실 구독한다고 글을 열심히 읽을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뻔뻔하게 부탁했다. 일단 해보는 거지 안 해주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작가들에게도 3일간 시도를 해 보았다. 브런치 작가들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 이웃들과는 조금 다르게 도도해 보인다. 대부분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브런치 분위기는 조용하지만 물밑으로 흐르는 경쟁과 자존심이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맞구독신청하는 사람이 없다. 하긴 구독자 없는 브런치 초기 작가에게 누가 먼저 맞구독 신청을 하겠는가? 그럼 내가 먼저 해보지, 하는 마음에 댓글을 달고 맞구독신청을 했다. 구독신청을 한 작가들은 대부분 거의 다 구독을 해 주었다. 그렇구나 내가 해보지 않고 느낌으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노력해서 안될게 뭐가 있겠나 싶었다.




브런치 시작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글을 올리고 3일 맞구독 신청도 하느라 댓글도 달고,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해서였을까? 어제 갑자기 글 하나가 튀어올랐다. 브런치가 이런 활동을 주시하는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조회수가 많아서인지 그 덕에 구독자도 조금 늘었다. 어쨌든 3일 만에 구독자가 30여 명 가까이에 이르렀고 글도 어딘가에서 노출되어 쨍한 결과를 주었다.


글이 노출된 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 노력의 결과로 보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흔해빠진 말을 새삼 되새기면서.

외부활동을 목표로 '구독자 늘리기'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날마다 조금씩 실천했다.

이제 시작이고 주먹만 한 소소한 결과이지만 여기에서 나는 희망의 싹을 본다. 그리고 '노력'이라는 진부한 단어를 생각한다. 무엇이든 스스로의 노력이 없으면 작은 일도 이룰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쉬운 말, 쉽게 내뱉지만 해보지 않고는 진실이라고 느낄 수 없는 말. 그 말을 꼭꼭 눌러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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