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한국식당에 갈까요. 사줄게'
일이 끝나고 휴대폰을 보니 남편으로부터 문자가 와있다.
내 생일이라고 외식을 하자는 거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그래 좋아'라고 답장을 보냈다.
일본에서는 한국식당을 가도 별로 만족스러운
경우가 드물다.
우리 동네에도 한국 마트가 생겨서 가게 앞에
조그맣게 테이크 아웃으로 몇 가지 음식을 팔고 있었다.
벌써 2년 정도 되어 가는 것 같다. 처음에 떡볶이를 사 먹었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갔을 때 아주머니에게 "너무 맛있었어요. 한국에서 먹는 맛있는 떡볶이집 맛 같았어요 "라고 말을 해주었더니 아주머니가 좋아라 하며 말했다.
" 그렇죠? 그거 소스 만드는 분이 엄청 공들여서 만든 거예요"
그 후로 한 2번 정도? 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는 점점 맛이 달라지는 듯해서 갸우뚱했는데 점점 먹을수록 처음 먹은 감동의 맛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식료품이나 화장품 등은 나름 장사가 잘 되었는지 그 옆을 확장하여 테이블을 몇 개 놓은 식당을 차렸다.
식사하기로 한 곳이 여기이다. 식당은 생긴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 드디어 오늘 가보게 되었다.
셋이서 된장찌개, 오징어 볶음, 떡꼬치, 찐만두, 공깃밥을 시켰다.
가격은 일반적인 한 끼에 비해 좀 비싸다.
한국은 찌개나 볶음을 시키면 공깃밥이 따라 나오는데 여기는 일본이라 일본식인지 된장찌개 1100엔에 공깃밥(300엔)을 따로 시켜야 했다.
오징어볶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찌개가 11000원에 공깃밥 3000원 인 셈이다.
1500엔 정도면 일본에서는 꽤 괜찮은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흔하지 않은 한국음식이라 그렇다 쳐도 음식의 퀄리티도 그에 따라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된장찌개에 조개와 두부가 들어가 있는데 부글부글 끓지도 않는 뚝배기에 나왔다. 심지어 된장 국물이 냄비에라도 끓인 느낌이 전혀 없다. 아마도 끓이지 않고 레인지에 돌려서 뚝배기에 넣기만 한 것 같다.
게다가 맛을 보니 감칠맛을 있는데 엄청 짰다.
많이 졸은 것 같다.
아이가 먹는 꼬치에 끼운 떡과 소시지는 아이가 맛있게 먹긴 했지만 바짝 마른 걸 튀긴 건지, 아님 튀긴걸 또 튀긴 건지, 아예 돌덩이같이 딱딱해져 있었다.
나는 이건 도저히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딱딱함이라는 생각이 들어 먹지 말고 남기라고 했다.
내가 시킨 오징어 볶음은 소스의 단맛이 너무 강하고 오징어는 조금, 양배추는 가득했다.
나도 이 업종? 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에 느껴지는 그 뭐랄까.. 멘털? 영혼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허전한 음식이었다.
좀 더 공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손님이 어떤 느낌으로 이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
나는 아마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초심을 지키는 것을 역시 어렵다.
원칙은 물론 섬세함과 디테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도 어렵다.
자기 자신이 정한 기준을 변함없이 지켜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잘 살피며 피드백을 통해 더 개선하거나 최소한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일이라고 밥 사준다고 나선 남편에게 미안해서 맛있다고 하고 먹긴 했는데 아마 남편도 계산대에 섰을 때는 갸우뚱했을 것이다.
주인 여사장님은 친절했지만 음식맛으로만 평가한다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좀 아쉬운 식사였다..
사진: 일본 하네다 공항 안에 있는 유명한 우동집.
그릇이 작은 세수대야 만함
(생일상과 관계없는.사진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