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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15. 2023

맨발걷기-참새와 브런치

#참새 #행주나루터 #산책 #한강

토요일, 동네 지인 삼인방 카톡에 '기상' 톡을 날렸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사람, 벌써 준비를 마친 사람, 약속 시간을 잡고 각자 준비해 갈 것을 공유했다. 나는 토마토를 썰어가기로 했다. 딸과 사는 언니는 '코코넛밀크커피'를 만들어 온다고 했다. 식탁 의자에 벗어놓은 자기 양말을 남편이 그런줄 알고 잔소리 했다가 찌그러진 그녀는 '빵'을 가져오기로 했다.


한 사람씩 차에 태워 어디로 갈지 의논하던 중에 '목향'에 가자고 했다. 그곳은 강매동에 한정식인데 한강을 바라볼 수 있게 넓은 정원을 꾸며놔서 서둘러 가면 그곳 야외 탁자에 앉아 경치를 즐기다 올 수 있었다. 셋은 각자 있던 곳에서 1주일 동안 있었던 얘기를 털어 놓느라 바빴다.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가다가 길을 놓쳐 "티맵"을 켰더니 '자유로' 길을 안내했다. 난지공원 가기전에 오른쪽으로 유턴할 수 있는 지하도가 있다. 핸들을 꺾어 진입하려던 중 '출입금지' 노란 띠가 둘러져 있었다. 집중호우로 막아놓은 것이다. 결국 능곡동에서 가양대교까지 올라타 유턴을 해 상암동 방향으로 꺾었다. 제2자유로 길로 진입해 다시 유턴을 해서 가양대교를 타다가 고양시 방면 자유로를 간신히 탔다. 운전보다는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잘못 가는 길이 어디 한두번인가. 


고양시정연수원은 행주대교 아래쪽에 한강의 하구에 있다.  물가에 바로 다가갈 수 있다. 집중 호수로 광속으로 물이 흘러가는데 그런 강렬한 유속은 처음 봤다. 나무들은 잠겼고 쓰레기들이 물가에 널부러져 있었다. 우리는 남의 영업장(오페라 베이커리 카페)에 야외 테이블에 놓은 곳에 앉아 가져온 커피를 마셨다. 영업 시간까지 두세시간 남아서 문 열면 빵이라도 사자며 불편한 마음을 해소했다. 


나는 가져온 마른 걸레로 야외 철제 테이블의 물기를 닦았다. 언니는 마켓컬리에서 받은 방수포를 테이블보 처럼 깔았다. 집에서 가져온 접시와 포크에 토마토를 놓고 통밀빵(홍은동 유명한 이상미 통밀빵)을 꺼내 한강을 바라보며 브런치를 했다. 동남아 호텔 조식을 먹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가보지도 않았지만 마치 해외에 갔다온 것처럼 뉴욕 같다는 둥, 프랑스 카페 같다는 둥 너스레를 떨었다.


가져온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날 참이었는데 어디선가 작은 참새가 주변에 알짱댔다. 1mm 정도되는 빵 부스러기를 던져줬더니 조금후에 친구를 데려왔다. 가방에 뭐가 있나 뒤져보니 산책길 옆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진순이(진돗개)'에게 주려고 북어대가리를 넣어 놓은게 있었다. 그것을 참새 부리보다 작게 잘라 던져주니 반갑게 잡자마자 '탁'하고 옆으로 뱉어 버렸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밭에서 새참을 먹기전에 '고시례' 하며 가져온 음식을 주변에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  처음 농법을 알려주고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준 '고시씨'라는 농업 시조에게 감사하는 마음하는 풍습이다. 처음 뭔가를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해 '근본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조금이라도 남겨둬야겠다. 참새와 브런치를 다시 시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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