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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18. 2023

맨발걷기-모래알 같은 우리

#방포해수욕장 #안면도 #오빠 #모래 #바닷가 #휴가 #우울증 #자살

남편이 몸이 안 좋아 2박3일 안면도 여행을 취소하려고 했는데 숙박업체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작년에 오빠를 잃고 마음을 추스리려고 무작정 안면도를 갔다. 1년이 지났다. 지난달 기제사를 지내고 또다시 찾아 왔다. 작년이나 올해나 마음은 크게 변함이 없다. 꿈같기도 하고 어딘가 잘 지내고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오이지를 돌로 눌러도 비집고 나오는 것들이 있다.  


오산 경찰서 형사의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갔다. 서울을 벗어날 때 쯤 생전 처음 내장에서 기괴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허리가 꺾여 펼 수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 오빠의 신분증과 내 것을 내밀었다. 과학수사대에서나 봤던 시신 보관실에 손잡이 달린 두 층짜리 캐비넷이 열 댓 개가 있었다. 아파트에 태어나 아파트같은 상자에서 죽는구나.  '다소 놀랄 수 있다'는 관리자의 말에 '괜찮다'고 '오빠라서....' 대꾸했다. 아래층 손잡이를 여는데 차가운 쇠소리가 났다. 하얀 면포를 머리까지 덮은 형상이 보였다. 덮개를 벗기니 미간에 인상을 쓰고 있었다. 왼쪽 얼굴은 함몰이 됐다. 옷을 벗겨놔서 쇄골이 보였다. 얼마나 추웠을까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엎어져 요란하게 울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처럼 정수리, 발바닥 끝까지 물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댔다. 바닥에 먼지가 가득했다.


병원 밖을 나오니 연립주택 담장이 흐린 하늘을 나눠 놓았다. 차도 앞에 엎어졌다. 하수구 냄새와 시커먼 차량 분진을 들이마시며 자동차 바퀴 자국에 물기가 고이고 있었다. 사람이 받은 복 중에 부모 복보다 형제 복이 더 큰 이유가 같이 오래 살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엄마는 생전 묻지도 않던 오빠 안부를 물었다. 더듬어 기억을 떠올려 보니 오빠가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적한 기분이 들어서 이상하다고 되뇌였었다. 형제는 같은 주파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엄마에게 오빠가 해외로 출장을 갔다고 둘러대고 49재까지 치뤘다. 기독교식, 불교식 외가와 친가의 종교를 고려해 짬뽕으로 장례를 치뤘다.


새벽에 갈매기 소리에 잠이 깼다. 바닷가로 나가 신발을 벗고 지구별과 뽀뽀하는 첫 발을 내딛는다. 단단한 방음매트처럼 신축성이 있다. 파도에 쓸려 모래들이 유영을 한다. 밀가루 같은 분말이 모였다 흩어진다. 분쇄기로 곱게 갈아 놓은 가루들이 나보다 더 오래 살았다. 밤하늘의 별빛도 해와 달의 광명도 나보다 더 누릴 것이다. 엄마의 양수처럼 짜고 씁쓸한 몸으로 갑각류든 절지류든 품고 잉태하는 신이한 존재로 우리가 믿고 의지해도 되는 짠 가루들 아닌가. 파도에 누워 모래처럼 더 많이 더 오래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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