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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19. 2023

맨발걷기-기분 좋아지는 법

#인생 #모험 #부모 #결혼 #자식 

방포해수욕장에서 떠나야 하는 날이다. 해가 뜨는 새벽 다섯시경은 물이 차오른 '만조'이다. 아침에는 물이 빠져 나가고 있다. 파도가 반죽한 밀가루를 밀대로 미는 것처럼 늘어났다가 줄어 든다. 엄마와 딸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다 큰 자식한테 잔소리 해 봤자 들리는 대답은


"그러게 누가 낳으랬어!" 


할 말이 없다. 어렸을 때 출생의 비밀의 간직한 주인공이 어느날 고액의 재산가가 찾아와 잃어버린 딸이었다고 데려가서 좋은 집에 안정된 부모 밑에서 걱정 없이 살고 싶었다. 그런 희망을 잊어버리고 결혼할 나이가 됐을 즈음에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길렀다. 이젠 그도 성인이 돼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만난 형에게 오백만원을 빌려줬다가 못 받아 대여금상환소송을 진행중이다. 힘들게 번 돈도 돈이지만 동정심을 자극해 빌려준 돈이라 더 화가 났을 것이다.


결혼해서 남편과 문제, 시어머니와 갈등, 아이를 기르느라 힘들었던 것들은 나만의 착각과 한계로 만든 생각 때문에 벌어진 게 대부분이라는 것을 나이 들어 나를 돌아볼 시간이 돼서 깨달은 점이다. 내가 고귀한 생명을 낳고 길렀다는게 한 사회학자의 말처럼 파워포인트를 잘 만들고 엑셀표 잘 다루는 것과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친정 엄마도 젊어서 과부가 돼 자식 둘을 키우다 병이 들었다.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패턴안에 살아가는 모양이다.


"아 이거 내가 선택한 인생이지!!"


그런데 오십이 넘으면서 '전생의 희미한 기억'이 떠오른다. 하늘 나라에 지구라는 별에 태어날 준비를 하려고 생명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들었다. 하얀 옷을 입고 명주실을 목에 건 삼신할머니께서 어떤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 아빠, 형제 자매는 누구이며 앞으로 이런 삶을 살 것이라고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 굴곡이 많은 모험적인 삶 등을  내보이며 '자발적 선택'을 할 때까지 심사숙고하라고 말한다.  천층, 만층의 삶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게 있었다.  


"1972년 대통령은 박정희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아빠의 직업은 요리사이고 어머니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며 오빠는 어떤 사람이고...평평한 도로는 없지만 회전과 오르막, 내리막이 교차해서 모험이 가득하고 재미와 낭만, 절망속에 희망등 오감을 누리며 살 사람은?"


이거 내가 원하는 삶이다.


"저요 저요!"


경쟁자도 없다. 삼신할머니가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찰싹 때려 세상에 나와 '몽고반점'이 생겼다. 지구별에 태어나 어떤 삶을 살지 "새까많게" 잊어 버리고 잘잘못을 하며 꾸역꾸역 남들 욕하고 원망하고 웃고 울다가 부모님은 왜 나를 낳아서 이렇게 힘들게 살지? 했다. 차라리 태어나지 말 것을, 출생의 비밀로 돈 많은 부자가 찾아와 나를 데려가 주지. 징징댔다. 


거대한 파도에 누워 아주 크고 넓은 하늘의 조각을 바라보니 세상이 곧 망하고 기후위기가 닥칠 듯 떠들어대는 '미디어'에서 벗어나니 지구가 그렇게 후진 곳이 아니지 않나, 작고 초라한 인간이 마음대로 생각하고 지껄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도 엄마 아빠가 마음대로 낳은게 아니라 '내가 선택해 태어났다'는 영감을 줬다. 


내가 선택한 삶은 경쟁자가 드물었다. 잘 살고 평탄한 삶을 선택하는 곳은 사람들이 몰렸다. 지금의 모든 인간관계와 생활 수준도 내가 초이스해 모험하기로 결정한 인생이었다. 어쩌다 태어난 게 아니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스펙타클하고 시원하게 살기로 선발된 최고의 결단이었다. 


뼈마디가 우둑거리고 삶의 의욕과 기운이 빠지고 있었다. 누가 주어져 억지로 사는 삶이 아니었다. 내 열망이 만들어낸 삶이다. 두려워서 용기내지 못해 망설인 꿈, 바라는 것들이 떠오른다. 아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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