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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22. 2023

맨발걷기-160만원짜리 과태료

#과태료 #상속 #사망 #조현병 #성년후견인 #자동차이전 #장애인주차

내 앞으로 "160만원"짜리 과태료가 나왔다. 의견 진술을 하면 감액도 가능했다. 태어나 가장 큰 벌금을 내게 생겼다. 시청 장애인복지과에 의견 진술을 하러 갔다. 담당자가 모두 외근을 나갔다. 다른 공무원이 '의견 진술서'를 주면서 글로 쓰라고 했다. 5분이면 될 일을 '글로 쓰라고요?' 눈동자를 위로 치켜뜨며 뭐부터 써야할 지 난감했다. 왜 힘들다고 했을까 의견 진술서를 쓰면서도 그 생각뿐이었다. 


오빠의 장례를 마치고 살던 집을 찾아갔다. 혼자 살던 집에 적막이 흐르고 가지런히 마지막을 정돈한 물건들을 하나씩 만지며 얼굴을 파묻었다. TV 모니터가 놓여있던 책상 위에 노란색 포스트잇 쪽지가 있었다. 지하 주차장 어느 위치에 차가 있다는 사실과 키가 놓여 있었다. 그로부터 15일뒤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오빠가 마지막을 정리하기 이전 한달치 분량의 CCTV 녹화 영상을 보면서 행적을 조사했다. 그 많은 분량의 내용을 보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었다. 세상과 등지기 1주일전 차를 끌고 밖에 나갔다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밖을 외출한 흔적이 없다고 했다. 


오빠 차를 끌고 집으로 올라왔다. 차에 장착된 CD 플레이어 버튼을 눌렀다. 최근에 어떤 노래를 들으며 다녔을까. 평소대로라면 발라드 팝송이었을텐데 뽕짝 매들리가 나왔다. 차 안에 있던 CD들을 번갈아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정리된 차는 깔끔했다. 오빠 차를 열고 닫으며 시동을 켜고 기름을 넣으며 오빠에 대한 '애도'로 생각했다. 오빠가 남긴 차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 했다. 버리거나 폐차하고 싶지 않아 고장날때까지 타고 싶었다. 그러던 중 기존에 타던 차가 고장나 폐차를 했다. 상속이 안된 차에 엄마를 태워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 두 눈의 시력을 잃은 엄마는 '왜 오빠 차냐'고 묻지 않았다. 


오빠의 휘발유 차는 장애인 LPG 차량에 비해 기름 값이 많이 들었다. LPG 개조를 알아보니 300만원이 들었다. 장애인 차를 끌어야 하니 오빠 차를 팔든지, 폐차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오빠와 똑같은 차량을 몰던 선배의 차가 사고나서 본네트를 교체해야 했다. 오래된 차종이라 부품을 구하지 못해 테이프로 동여매고 다녔다. 그 얘기를 듣고 오빠 차를 그 선배에게 드리기로 하고 LPG 중고차를 사기로 했다.


모든 차량이나 재산은 국가에서 관리를 한다. 오빠 차를 선배에게 주고 싶다고 바로 줄 수 없었다. 엄마가 오빠 차를 상속 받은 뒤 이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밀린 딱지와 상속 지연에 따른 벌금 50만원 등을 냈다. 상속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모든 상속은 당사자 본인이 다녀야 하는데 '엄마'는 사무능력이 불가능해서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성년 후견인 지정'을 법원에서 받아야 했다. 판결이 내려지면 상속 처리를 하러 다녀야 했다. 법원에서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와중에 폐차했던 장애인 딱지를 오빠 차 위에 올려 놓고 다니다 차량 번호와 딱지에 쓰인 번호가 맞지 않아 적발된 것이다.


사실 애초부타 불편을 감수할 마음이 없었다. 상속이 안된 차에 장애인 딱지를 놓고 다녔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전후 사정을 서술해도 참고만 하지 과태료 납부는 기정 사실이었다. 하지만 과태료 발부 대상이 내가 아닌 '엄마'가 아닌지를 물었고 검토해 달라고 서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50% 감액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어서 의견 진술서에 질의를 하고 공손히 제출하고 나왔다. 위반의 대가는 혹독하고 편리함은 달콤했다. 


불과 몇 달전 장애인 복지과 건물 앞에서 상복을 입고 시위를 했었다. 고양시민들이 쓰는 정수장이 있는데 인근에 '산황산'이 있다. 그 산에 있던 9홀짜리 골프장을 18홀로 늘린다고 해서 300미터 거리에 있는 정수장에 '농약'이 유입될까 우려를 했고 10년째 고양시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운동에 동참해 피켓을 들고 섰었다. 세상 정의를 외치다가 일상으로 복귀하면 과태료 내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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