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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23. 2023

맨발걷기-냅두니까 뒤지대

#미움 #용서 #생명 #기독교 #하나님 #하느님 

친구란 '욕코드'가 맞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게 그런 동지가 있다. 틈만나면 전화 한다. 동변상련이라고 같이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고 또 하고 또 하는데 좀체 풀리지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그 아녀자가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도 속이 풀리지 않아서 급기야 '인지나 지능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으로 결론을 내렸다. '성격'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면 함께 생활하기 어렵지만 남들보다 좀 '모자란' 존재로 생각하면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여기까지 마음이 옮겨가서 그 아녀자를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빠르게 지나쳤다. 그런데 나를 '한심하다'고 했다는 말에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그 아녀자가 알아 듣든 못 알아 듣든 그동안 나를 째려보거나 무시하거나 성질을 냈던 조항을 조목조목 나열해 앞으로 '조심' 했으면 좋겠다. 미워하더라도 인사를 하면 받아주고 '예의'를 지켜달라 말해서 울타리를 쳐야 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갑자기?' 무슨 계기나 명문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지난 얘기고, 누군가에게 들은 나의 험담을 전한 '정보원'이 드러날 수 있어서 살짝 망설였다. 나보다 연배가 많은 언니는 어떤 사람한테 전해준 얘기는 전달자의 편견이 들어간 것인데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만류를 했다. 


내 분은 사그라지고 녹여지지 않아서 이게 다 내가 하하 호호 웃으며 대해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에 최대한 예의를 지켜 말할 내용을 정리하고 만날 시간을 염두하면서 계획을 짜보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엔터키만 치면 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괜히 우스워지는게 아닌지 '욕코드'가 맞는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또한번 다짐의 다짐을 했다. 


그러다 내 마음을 소셜미디어가 엿들었는지 뽀빠이 이상룡씨가 '냅두니까 뒤지대' 얘기를 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어떤 100세가 넘는 어르신이 그분을 험담하고 욕한 사람들을 어떻게 했냐, 억울하고 화가 나지 않았느냐 어떻게 하셨냐 여쭸더니 그 어른신 왈


 '냅두니까 뒤지대'


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때 이상룡씨가 무릎을 치면서 자기 방에 '냅두니까 뒤지대'를 써서 붙여놨다는 것이다. 응징하거나 따지는 방식이 아닌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썼더니 자신보다 먼저 죽었다는 것이다. 그걸로 족했다. 자기보다 세상 먼저 떴으니 샘통이지 뭐냐는 1세기를 산 어르신만이 경험한 교훈이다 싶었다. 명리를 강의하는 음악평론가 '강헌'은 말한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일생에 한번 '대운'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조건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젊어서 오든, 늙어서 오든 언젠가 꼭 한번 온다고 한다.


그 아녀자를 붙들고 다음부터 나한테 눈 흘기며 째려보는게 불편하다고 비폭력대화, 내 감정 전달법이 아닌 냅두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내가 그보다 오래 사는 쌈박한 '시도'를 하기로 했다. 욕코드 맞는 언니와 도원의 결의처럼 같이 해보자고 미움과 용서 대신 우리들의 미움 상대보다 길게 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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