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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25. 2023

맨발걷기-발걸음으로 벗을 모으다

#以文會友 #맨발걷기 #산책 #불교 #영원한대자유인 #강정진

글발이 좋은 동네 부녀자 친구는 작년에 브런치 대상을 받았다. 그녀는 글로 벗을 모으고 있다. 몇몇 지인들과 주제를 정해 글을 쓰는 모임을 만들었다. 매일 한편씩 써서 게시판에 올리기로 했지만 잘 따라가지는 못했다. 그녀는 자기 주변 사람들과 책을 읽고 토론한다. 


그녀와 주말이나 새벽에 틈나는 대로 맨발걷기 산책을 한다. 그녀에게 글 대신 발걸음으로 벗을 모으자는 취지의 이보회우(以步會友)가 어떠냐고 했다. 작년 오빠를 잃고 1년간 맨발걷기를 하면서 동네 뒷산과 논, 밭의 흙길을 걷다보니 자연스레 인사하고 말을 건내는 대상들이 생겼다. 


동네 산책길 옆에 울금을 키우는 비닐 하우스가 있다. 그곳에 흰색 암컷 진돗개가 산다. 사납지 않고 차분하다. 이름은 '진순이'인데 하얀 밀가루처럼 뽀송뽀송한 털을 가졌다. 태어난지 몇달 안됐을때는 흙 묻은 발로 덤벼들며 반가워 했다. 성견이 되면서 주인만 바라보고 시큰둥하다. 처음에 친해지고 싶고 같이 놀고 싶어서마른 북어를 갖다 주고 아양을 떨었지만 좀체 곁을 주지 않는다. '진순아~' 이름을 부르면 예의상 밖으로 나오지만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면 손도 못대게 한다. 


먹을 것을 준다고 꼬리치며 웃을 성품도 아니다. 나만 좋아한다. 주인 아저씨 말이 '북어대가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해서 배낭에 넣고 다니다가 그날따라 안갖고 왔는데 진순이 있는 곳을 지나쳤다.


"진순아!"


하고 부르니 밖으로 어슬렁 나온다. 


"북어 대가리를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오늘따라 안 갖고 왔네~"


쓸데 없는 말을 했다. 진순이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아무것도 주지 않자 등을 돌렸다. 개한테 공치사를 하다니 내 인성이 보인다. 너같은 부류와 벗하기 싫다는 것 같다. 누구와 친해지기전에 내 속성대로 살아온 태도를 바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읽는 책 중에 불교의 수행법 관련된 책이 있는데 사람은 속성대로 산다고 한다. 심신의 괴로움인 번뇌에 빠져 있는데 수행을 통해 자성(自性)을 회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고 번뇌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가 드니 생명 탄생의 순간보다 '죽음'과 '질병'에 관한 소식을 접하다 보니 기력이 떨어지곤 한다. 기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성(自性)을 회복하는 시도를 해보며 무작정 걸었다면 불교식 수행법을 익혀 보려고 한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불교의 초기 수행법을 배운다고 하니 응원의 박수를 치고 싶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16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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