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 #스마트스토어 #쿠팡 #오픈마켓 #강의 #정용진
110만원짜리 강의를 들었다.
개인 과외 200만원짜리를 한 달동안 들은적이 있지만 단체 강의인데 110만원을 쓰긴 난생 처음이다. 서울에 있는 어느 온라인 셀러 사무실에서 부산, 남원, 당진, 수원, 동두천, 일산 등 다양한 지역과 연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수중에 돈이 있어서 지른 것도 아니다. 당장 들으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남편 호주머니에서 빼앗았다. 나는 그쪽에 '전문가'니까. 몇 년동안 고생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이니까 자신 있었다. 서너달 전에는 굿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아 돈을 빌리려 했는데 이제는 '재창업, 재도전' 빌미로 돈을 빌렸다.
강의를 듣고 한 달이 지났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긍정적으로 마음 먹으면 배운게 많았다. 부정적으로 들여다보면 '쓸쓸'했다. 초보자들이 너무 많았고 수년에 걸쳐 실패한 사람들이 성공한 길을 하루 아침에 갈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우선 상위 노출을 위해 어그로를 끌어야 했다. 광고비도 써야 했다. 리뷰 작업과 프로그램으로 돌리는 슬롯으로 내 상품이 '찜'이 된 것처럼 보여야 했다.
3년동안 아니 4년동안 일을 멈추고 작가가 되겠다고 까불다가 돈이 궁해져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하던일을 다시 손댔고 그동안 바뀐 온라인 마켓을 공부하다가 유튜브에 소개된 영상을 따라가다 보니 '내 브랜드 창업 MOQ 100(최소 제작 단위)'라는 말에 혹해 강의를 신청했다.
들을때는 흥분하며 '아 저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겠구나'. 지금까지 나는 '저런걸 안해서' 안됐구나 하며 마케팅에 쓸 돈을 따지며 계산기를 두들겼다. 얼마 나가고, 얼마 들어오고 얼마 벌고.... 신이 났다.
며칠이 지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찜찜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짜 구매, 가짜 리뷰, 팔릴지 안팔릴지 모르는 광고를 하지 말자 결론을 냈다. 옷가게 할 때 '짝퉁' 팔다 걸려서 벌금내고 장애인구역에 주차해서 팔십만원 벌금 내고 신호위반, 상대 자동차 상해 등등 잡범 수준의 법규 위반이 하도 많아 무감각할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부도덕, 윤리'를 왜 따지냐고. 돈을 벌 수 있는데 말이다. 사람들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가. 당장 먹지 못하고 카드가 막히고 재산이 압류 당하고 몸 하나 움직일 수가 없다. 통신이 끊기고 전기, 온수가 막힌다. 전쟁이 따로 없다. 감옥은 때되면 밥나오고 재워주는데 감옥 밖 사람들은 참으로 가옥하다.
몇 달 전 또다른 '불법'을 만나면서 '성찰'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 '불법'은 방지턱처럼 마음과 정신의 속도를 줄이게 만든다. 40년동안 조현병을 앓아 온 엄마 덕에 '정신과 질환'에 관심을 두곤 했는데 송파에 있는 한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불교정신'을 도입했더니 효과가 있더라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초기 불교 수행을 하려고 머리 깎고 지내며 수행을 한 것을 토대로 불법을 깊이 공부했는데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분이었다. 그분의 '생각 사용 설명서'라는 책이 너무나 재미있어 밤을 꼴딱 샜을 정도다.
그때부터 과속하며 불법을 향해 달려 갔고 그분의 책과 강의를 챙겨 듣고 초기 불교를 설법하는 '제따와나'라는 곳에 찾아 가기도 했다. 나를 교회로 데려간 선배 언니는 불교로 개종을 해서 귀동냥으로 들으며 불법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교회를 다니며 한번도 '전도'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데 주위 사람 만날때마다 '불법'을 얘기하고 성토를 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교인들에게 이런 고해성사를 하며 공유해 한 지인은 '정토회' 학교를 수강 했다.
또하나 쓸쓸했던 것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 사연 때문이다. 자식 뒷바라지를 하는데 '월급'이 부족해서, 하던일을 그만두고 '은퇴 준비'를 위해서, 하던 사업이 점점 기울어 '직종 전환'을 위해서, 지인이 온라인으로 큰 돈을 벌어 '자기도 벌고 싶어서', 오프 매장이 어려움에 처해 '온라인으로 장사를 해보려고', 이유는 다들 비슷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내 상품을 올리려면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자금이 투여되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몇백, 몇천만원 순이익을 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강의를 들으러 나처럼 온 것이다. 나는 홈페이지 개발을 해보기라도 하고 아마존에 플필먼트(물건을 현지 창고에 보내는 방식)도 해봤다. 그때는 초창기라 물건을 잘만 소싱하면 바로 팔렸는데 요즘은 테무도 들어와서 그런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당황스럽다.
그래도 추진력이 있는 사람은 강의를 듣고 다음 스텝을 밟아 나갔다. 나는 지난 실패에 대한 경험으로 하나씩 따지고 작은 것부터 해나가기 시작했다. 빠르고 쉽고 편리하게 매출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자금도 없고 소심해서 하기가 어렵다. 내 돈이 아닌 투자를 받으면 질렀을 것이다. 조건에 맞는 행동을 발빠르게 하는데 지금의 처지가 다행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자금력과 영향력에 밀려 중소상인들이 올라설 수 있는 샛길, 지름길이 있다면 진짜 좋은 제품이 탄력을 받아 해외로 나가고 외화벌이도 해서 그 속에 속한 사람들이 안락한 가정을 꾸릴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용기, 추진력, 자금 모두 받쳐주지 않지만 자금이 있었으면 바로 지불, 결제, 입금!! 고고고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좁쌀처럼 작고 의미 없어 보이는 '귀찮은 일'을 한다. 지루하다. 시간 낭비 같다. 그런데 예전과 다르게 조급함이 덜해서 내가 관심있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상품을 고르다 보니 신이 났다. 큰 돈을 버는 일과는 멀지만 내 삶의 경험을 녹여내는 의미를 찾는다. 110만원짜리 강의에 대한 결과물을 내고 싶은 물리적 압박이 더 크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어릴적부터 유치원과 학교, 학원에서 자란다. 취직을 위해 학원을 하고 자영업을 위해 학원을 간다. 110만원짜리 강의를 듣고 더 검색해 보니 대학 입시를 위해 '1타 강사'가 있듯, 큰 돈을 벌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1타 셀러 강사'가 엄청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 '강의 팔이'라고 힐난하지만 나도 잘나가면 그곳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시어머니 왈,
'돈 안받고 큰 소리 치는게 훨 이득이다!'
하신다.
어머니는 실버댄스 강사로 활동하신다. 노인분들께 무료로 알려주는데 얻는게 많다. 한마디로 '팬'을 거느려서 김치며, 반찬, 선물이 끊이지 않는다. 심심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선생님 대접 받으며 '갑'으로 살고 계시다. 법륜 스님도 돈 받고 강의를 안하신다고 한다. 자기 강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살면서 이 불법, 저 불법 만났지만 스님과 시어머니 불법은 저지르기 힘들 것 같다.
내 코가 석자라 밤마다 상품 올리고 소싱하고 블로그에 소개 하면서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장사치'로 정용진과 매출의 차이는 다르지만 동종업계 종사자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