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기 싫은 나무 그림일기 #30

#벌목 #나무 #20세기벌목 #캘리포니아 #미국 #나쁜동화

by 가쇼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집 뒷편에 수십년 된 밤나무 3그루가 있었다. 외증조할아버지께서 젊으셨을때 심으셨다고 했는데 동네 사람들을 다 먹이고도 남을 정도로 풍성하게 열리곤 했다. 학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그 나무에 올라가 놀곤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나무와 함께 비바람 맞으며 기대어 놀았다. 나무에 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새들과 벌레들, 자잘한 풀이며 꽃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동네 사람들은 오고가며 떨어진 밤을 주워 간식거리를 하거나 돌팔매질을 해서 덜 익은 밤을 따는 재미도 느꼈다. 해마다 동네 무당이 성황제를 드리며 과일과 곡식을 갖다 놓고 절을 하기도 했다. 서울로 전학을 오면서 밤나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무렵 뉴스에서 시골동네 뉴타운 건설이 발표가 되고 그곳에 살던 분들은 인근 도시로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날 시골 동네가 보고 싶어 찾아갔는데 울창한 숲 몇개가 사라졌고 그곳에 기대어 살던 몇 개의 마을이 사라졌다. 여름이면 헤어치며 놀던 강이며, 일용할 양식을 일구던 논,밭이 사라지고 포크레인이 황량한 흙더미 잔해를 고르고 있었다. 밤나무에게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어디로 갔을까.


학교에서 권장도서로 아낌없이 주기 싫은 나무를 읽었을때 어렸을때 놀았던 밤나무 생각이나 좋아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가 정말로 아낌없이 주고 싶었을까? 나무의 관점에서 보면 오래도록 살고 싶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무를 베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동화일뿐 나무는 아낌없이 주기 싫었을 것 같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던 집이 작은 숲 아래 있었는데 어느날 뼈가 부러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포크레인이 나무를 잘라내고 있었다. 시골집 밤나무도 저렇게 비명 소리를 내며 잘려 나가겠구나 싶었다. 숲을 찢어놓듯 비명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마치 내 뼈가 부러지는 것처럼 아파서 그날밤 나무가 잘려나간 곳에 가 마음속으로 나무의 명복을 빌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1900년도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완전히 점령하고 난 뒤 캘리포니아에 수천년된 나무들을 벌목한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다. 나무의 크기가 예외적으로 큰 것들이어서 기존에 나무에 대한 개념이 사라져 버렸다. 캘리포니아에 있던 나무 한 그루 크기가 100평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나무들을 끊임없이 베어내서 숲은 황량한 사막이 됐다. 미국의 벌목 사업은 주택 건설, 가구 산업 등 부동산과 인테리어 호황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어린시절 나무를 벌목해 큰 돈을 버는 것을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는 당연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쉘 실버스타인도 그런 배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성인이 됐을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집필했을 것이다. 나무의 모든 것을 앗아가도 나무는 당연히 그런 존재로 받아 들이고 인식하는 교육용 자료가 되어 그들이 성인이 됐을때 아무렇지도 않게 숲을 파괴하고 벌목해 산업을 일으키는 인재로 자랐을 것이다. 한 권의 동화책이 50년이 넘도록 전세계 아이들, 성인들에게 나무 베기를 권장하고 있다.

KakaoTalk_20211203_002625211.jpg 1900년대 캘리포니아의 벌목 사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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