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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Sep 11. 2022

옥상 금덕이 #5

#추석 #가족모임 #차례 #중국 #화이 #중국어

오늘은 6탕을 뛰었다. 동네 뒷 산에서 맨발걷기로 웜업을 하고 어제밤 자정에 끝낸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렸다. 잡채, 동그랑땡, 불고기, 나물, 탕국까지 만족스럽게 나왔다. 나물 볶을때는 탕국 국물을 조금 넣어서 살짝 조린게 신의 한수였다. 아들과 남편을 재촉해 절을 빨리 빨리 시키고 뫼와 숭늉도 서둘러서 올려 조상 드실 시간도 안드렸다. 설거지와 반찬을 넣고 LTE로 상을 물리고 요양원에 계신 엄마에게 달려갔다. 차례 음식을 직원에게 전달하고 급히 나와 사촌 언니와 형부, 사촌 올케 언니를 만나러 갔다.


사촌 언니네는 추석때마다 찾아오는 중국인이 있다. 원어민 교사 '왕징'인데 배우 손예진을 쏙 빼닮았다. 키도 훤칠하고 늘 명랑해 사랑스럽다. 추석이면 고향에 있는 식구들 생각이 나는지 사촌 언니네를 찾아온다. '왕징'은 소림사 근처가 고향인데 형부가 중국에 있을때 중국어를 가르쳐준 교사였다. 형부와 인연으로 한국에 왔다. 고향에서는 할 일이 없어 한국에서 일만 하고 지낸지 6년째다. 


나와 형부, 신랑은 중국어를 조금 해서 왕징을 만나면 애기들 말 배우듯이 중국어 발성 놀이를 한다. 발음 교정도 받고 궁금한 것도 묻는다. 오늘은 '배불러'를 했는데 중국어로 '빠올러'이다. 우리 말을 아주 강하게 발음하면 중국어가 되기도 하고 같은 발음이 일제때 바뀐 것도 있다. 'ㄷ'이 'ㅈ'으로 배웠는데 가지와 감자 요리를 볶은 '디삼선'이 '지삼선'으로 됐고 '하늘 텬'이 '하늘 천'으로 됐다. 원래는 중국어와 발음이 거의 같았다. 이렇게 된 이유를 상고해 보면 우리 말은 북방 발음이 지배적이었는데 남방 발음이 유입되면서 'ㄹ' 발음이 'ㄴ'  발음으로 되면서 조금 더 딱딱해졌다.


근세 중국어도 만주어가 섞이면서 변형됐다. 여기서 '중국'을 짚고 넘어가야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중국은 황제가 계신 곳이니 곧 우리나라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지금의 중공은 '화이(華夷)'로 최근에 생긴 나라이고 그전까지 우리나라가 '중국' 또는 '상국, 천조'등으로 불렸다. 1920년 4월1일 동아일보 창간호에 우리땅은 6개의 대륙이라고 했다. 동쪽에 '아시아' 서쪽에 '유로파, 아푸리카, 남북아메리카' 남에 '오시에니아'라고 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기와집을 얹은 지붕 형태나 팔작 지붕이 나온 곳들은 대체적으로 같은 문화권이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텍사스, 우즈베키스탄, 터키 등.


조선이 망한 뒤 우리 선조들이 지금의 한반도로 강제 이주되면서 집성촌과 가묘들이 만들어졌고 가회동이니 삼청동에 있는 집들은 1920년대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국민주택이다. 경주도 그 당시 어른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느날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흙을 모으더니 유적지라고 하면서 무덤이 됐다고 했다. 경복궁은 '사찰' 모양을 본 딴 것이고 실제 경복궁은 7200칸 규모다. 지금 경복궁은 100칸 규모이다. 하멜 표류기에 남한산성은 3천미터를 넘었다고 했다. 거문도는 12월인데 더운 곳이었다. 지금의 호주 옆에 있는 '뉴질랜드'이다. 추석 차례상에 동그랑땡을 올린게 '일제의 잔재'가 아니라 지금의 한반도를 우리나라로 생각하게 만들어 교육시킨게 가장 큰 잔재다. 그래서 역사가 암기과목이 된 것이다. 


수십년 나이 차이를 어려워하지 않는 왕징의 적극성으로 한중 추석 연회가 무르 익었다. 커피 한잔 못하고 헤어져 배를 두드리며 엄마 요양원으로 달려가 면회를 했다. 아침에 갖다 드린 음식으로 점심을 드셨는데 아주 맛있다고 하셨다. 대화할 내용이 별로 없어 짧게 끝내고 집으로 달려와 대자로 뻗었다. 아침,점심 일과를 끝내고 마지막 피날레 이모네로 달려갔다. 사촌 동생이 낳은 5살 조카가 왔는데 낯을 가려 대성 통곡하고 반려견 '사랑'이도 대성 짖었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못봤더니 모두가 낯설다. 서로 변한 모습으로 한동안 얘기 꽃을 피우다 오늘의 부록으로 '당근'을 하러 일어났다. 5살 조카에게 '당근'을 아냐고 했더니 김밥에 넣는 거라고 했다. 다채로운 하루를 보내고 구름에 가린 달 구경을 하는데 내일은 시댁 식구들과 만나야 하네! 끝난게 끝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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