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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Sep 11. 2022

옥상 금덕이 #6 어싱과 생리

폐경도 되살린 맨발걷기 #폐경 #생리 #완경 #맨발걷기 #어싱

"카톡 카톡~~"


"말기암 판정 2개월 만에 완치..맨발 걷기가 기적 만들어..."


맨발걷기로 전립선 암을 극복한 신문 기사를 동네 친구가 보내왔다. (동아일보 9.10) 나도 암에 걸린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공유를 하고 산책을 나섰다. 어제의 과식으로 눈꼽이 끼고 몸이 무거운데 신문 기사를 본 사람들이 있는지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과 더러 마주쳤다.


목욕한 것처럼 개운한 마음으로 산에서 내려오는데 


"어씽하기 괜찮아요?"


다소 쉰 듯한 목소리의 볼살이 통통한 백발 어르신이 말을 거신다. '워싱? 어싱?'이라고 했나? 맨발걷기에 대해 물어보시는 것 같아 '아 네 괜찮습니다.' 했다. 전문용어를 몰라 봤다. 정음보다 잉글리쉬로 말을 거시는 의도는 내가 좀 배운 사람이다를 우회적으로 보내는 신호인가 싶었다. 혼자 사시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마트에 장보러 가셔서 직원들에게 일부러 말을 거시곤 하셨는데 살아계셨다면 비슷한 연배이실 것 같아 상냥하게 응대해 드렸다. 새벽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어싱을 하는 모임도 있다고 하셨다. 선해 보이는 흰머리가 생글생글 웃는다. 그동안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살아오신 것 같다.


4개월전 맨발 걷기에 재미를 느끼 주변 사람들, 지인들, 친인척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맨발 걷기의 재미를 무한 반복 떠들어 댔다. 그냥 재미있는 기분이 실제 현상으로 나타난 것은 올초 9월이다. 끊어졌던 '생리'를 다시 시작해 내 눈을 의심했다.  2년전 완경으로 결론을 내리고 여성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나 했다. 70세 가까이 여성호르몬제를 드셨던 시어머니는 늙지를 않으셨다. '여성호르몬제'가 불로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유방암과 자궁암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싫지만 약이라면 질색이다. 남편이 하혈 아니냐고 하길래 '30년 생리 했는데 하혈은 구분하지!' 했다. 


젊어서 생리를 귀찮아 했는데 '생리할 때가 좋은거야'라는 앞선 여인들의 말을 의아해 했다. 폐경이 됐을때 몸에 중요한 털들이 빠지고 뼈마디도 아프고 괜히 피부도 쳐지는 것 같고 주름도 늘어난 것 같고 삶의 의욕도 없는게 모두 그것 탓인 것 같았다. 요즘은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코로나 후유증'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내 몸에 조율이 필요했는데 맨발 걷기는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 약속처럼 귀찮지가 않다. 매일이 다르다. 혹시 똥이라도 밟아 더러울 것 같은 생각, 못이나 유리에 찔릴 것 같은 두려움도 씻으면 되고 치료하면 되지라는 낙관론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맨발로 걷냐고 놀랬었는데 말이다. 사람은 '생각'에 따라 산도 옮기도 사람도 죽이지 않는가. 몸의 생각이 솔직하고 정확한 것 같다. 머리보다 몸의 소리를 들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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