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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Sep 12. 2022

옥상 금덕이 #7 이모손

#이모 #이모부 #외가 #조카 #이종사촌

어느날 태어나 살아보니 친가 사촌이 12명이다. 명절이면 큰집 사촌 언니를 중심으로 어른들 몰래 화투를 치고 우르르 몰려 다니며 큰집, 작은집에 문턱 없이 컸다. 외가 사촌은 10명이다. 이모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이모들이 닮아서 엄마가 3명이었다. 젊고 예쁜 이모들이 이모부를 만나 결혼해서 미제 속눈썹 같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지켜 봤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 이모와 이모부들이 지켜 봤다. 입덧이 심하면 이모가 끌여준 된장찌개와 국을 먹으러 갔고 이모부가 만들어준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으며 탄수화물을 공급했다. 도곡동 이모네 18평 아파트는 언제나 만석이었고 맑음이었다. 


이종 사촌들이 성인이 돼서 아이를 낳았는데 미국에 있거나 결혼 적령기를 넘기거나 1명을 낳아 기른다. 아이들이 가뭄이다. 아이 하나에 어른만 예닐곱이다. 흰머리에 주름진 할머니 할아버지, 중년이 된 나 같은 사촌 이모가 또래가 됐다. 70살이 넘은 이모부가 소꼽놀이와 유치원 선생님 놀이를 하며 춤추고 노래 한다. 50살 먹은 내가 5살반 어린이가 되어 학예회 놀이를 한다. 


이모는 2평쯤 되는 부엌에서 평생을 보냈다. 조카들까지 돌보며 할머니가 됐다. 이제는 김치를 담굴 의욕도 잃고 답답함도 느끼신다. 이모 손에 돌봄을 받은 사촌들은 미국으로 유럽으로 여행을 보내드릴 계획을 짠다. 깨알만한 것 하나에도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사랑한다고 카톡을 하신다. 이모의 조카로 사는게 두근거리고 설레인다. 이모와 내가 사촌 동생의 딸에게 애교를 부르며 보내는 시간이 빵빵하게 부푼다. 잘 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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