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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10. 2023

맨발걷기-빈정

#교회 #목사 #종교 #텃밭 #험담 #동성애 #퀴어 #레즈비언

"어? 목사님!"


새벽 6시에 일어나 공원으로 향했다. 전날 밤 10시에 먹은 비빔국수 덕에 눈이 침침했다. 자는 동안 몸의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노폐물을 바깥 구멍으로 보냈을 것이다. 얼굴, 눈, 피부, 장기로 빠져 나가는 중이다. 해는 보이지 않고 비가 올 것 같았다. 1주일 내내 비 소식이다. 터벅터벅 잠든 골목길을 걷는데 어디서 많이 본 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목사님 차이다. 어디 가시냐고 여쭈니 텃밭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맨발 걷기를 포기하고 차에 올라타 밭으로 향했다. 


텃밭은 대장동 화훼단지 뒤에 있는 곳이다. 숲에서 낙엽을 긁어다가 멀칭한 밭은 풀도 적게 나고 지렁이들이 개체수를 늘려 땅만 팠다하면 꿈틀대는 것들 때문에 놀란다. 반대로 왕겨를 뿌린 밭은 지렁이가 사라지고 풀을 뽑기 어려웠다. 왕겨는 농약이 있어서 미생물들이 피한게 아닌가 싶다. 낙엽 멀칭한 곳보다 땅이 좋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울금밭' 고랑으로 들어가 풀을 뽑았다. 요즘 교회를 냉담하고 있는데 하필 같은 동네에 사는 목사님을 만나다니 난처했다.


목사님은 '다양성'을 추구했다. 무지개를 상징으로 썼다. 무지개 팔찌를 만들어 주변에 나눴다. 한 달에 한번 평신도 설교를 어느날부터 '무지개 설교'로 바꾸었다. 나는 그게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인지 몰랐다.  최근에 아이들 교육 전도사로 20대 여성분을 모셔 왔다. 남자 한복을 입고 온 날 아이들이 '여자예요?', '남자예요?' 물었다. 그분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며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어 교회 밴드에 올렸다. 그것을 보고 목사님께 '전도사분이 레즈비언' 아닌지 물었다. '모른다'고 하셨다. '왜 모르시냐?' 여쭸다. 교육 전도사로 성소수자를 모셔올 경우 부모들에게 물어봤어야 하는게 아니냐 추궁했다. 나도 모르게 목사님께 언성을 높였다. 전도사님이 동화책으로 아이들 설교를 할 때마다 불편했다. 마음속으로 교회와 멀어져 갔다.


지난주일 억지로 교회를 나갔다. 새벽에 목사님을 만난게 하나님 뜻이라는 생각도 들고 교회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불편한 이유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첫번째였다. 사춘기가 됐을때 친절하고 감정을 읽어주며 공감하는 전도사를 따라 레즈비언이 되면 어쩌나, 청년부 여자 아이들이 전도사의 영향을 받아 남자처럼 옷을 입거나 행동을 하면 어쩌나, 결혼을 거부하고 남자들을 사귀기보다 방어하고 의심하며 거부하면 어쩌나 혼기를 놓치는 청년들이 생기면 어쩌나 근심 걱정은 목사님에 대한 미움으로 향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일어나지 않을 일 때문에 반복하는 행동이 거칠게 나와 목사님께 향한다. 종교의 정의를 놓고 교회라는 단체가 갈 곳은 특정한 성적 지향을 지지하고 슬로건으로 내세울 필요가 싶었다. 우리가 아는 입생로랑이나 칼 라거펠트와 같은 명품 회사의 CEO나 디자이너들, 차이콥스키 같은 클래식계의 거장, 문화 예술계, 연애인들이 동성애를 한다. 최소한의 먹고 사는 생계가 힘든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돌봐야 하는게 '종교 단체'라는 공식으로 교회를 다녔다. 다른 생각과 경계에 부딪혀 충돌하는 현실에서 회피와 도피, 외면을 한다. 대놓고 따지며 부정적인 것에 매달리니 내가 후져진다.


올해 3월 UN에서 0살부터 18세까지 미성년자와 성관계가 '합법'이라고 발표했다. 소아성애도 합법으로 규정한 법이 캐나다의 한 주에서 통과 됐다. 다양성으로 보면 다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어떤게 옳은지 그른지도 헷갈린다. 내가 아는 진실이 진실이 맞나? 싶다. 신념을 갖고 사는 것은 편리한 측면이 있다. 내 생각이 오류일 수 있다는 의심은 피로감을 준다. 사회나 문화가 동성애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굳혀졌다. 그것에 따라야 한다,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은 목사님을 향해 빈정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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