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쇼 Jul 11. 2023

맨발걷기-응아

#수박씨 #고전 #인문학 #논어 #주자

하마터면 '똥'을 밟을뻔 했다. 

'5단지에 사는 놈'이 남의 밭에서 무단 경작하다가 쫒겨났는데 그 바로 옆에 밀착해 붙어 있던 '공원' 땅을 파서 마늘을 심었다. 그가 마늘을 캐간 뒤 시장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텃밭 아저씨는 '공원 잔디'를 뜯어와 그곳을 메꿨다. 맨발 걷기를 하기 위해 항상 그곳에 벗어 놓았는데 잔디를 밟아주지 않아 위로 상승을 하고 있었다. 잔디를 지근지근 눌렀다. 땅이 부푼것처럼 밟으면 푹푹 꺼졌다. 그런데 후다닥 파리 무리들이 달아나는 곳을 보니 엄지손가락만한 개 응아가 잔디에 있었다. 오마나 큰일날뻔 했네. 저걸 밟았으면 어땠을까. 생각만해도 싫다. 


중국 동북쪽 마을에 갔을때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심지어 남녀가 같이 응아를 하기도 했다. 그들의 논리는 '밥을 같이 먹는데 응아는 왜 같이 못 싸느냐'이다. 가는 곳마다 화장실이 더러워 목이 말라도 물을 되도록 안 먹었다. 그런데 비도 안오고 물도 귀하니 화장실 청소할 물이 풍족할리 없는데 당연한 현상이다. 한번은 연해주 방향으로 답사를 가던중 식당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갔는데 대소변을 보는 구멍이 밭으로 향하도록 해 놨는데 응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그대로 나왔다. 일부 여성분들은 옥수수밭에 가서 볼 일을 보기도 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 그때는 서른 후반이라 같이 동행한 남자분들에게 엉덩이를 보이기 싫어 꾸욱 참고 그곳에 볼 일을 봤다. 지금은 오십이 넘어서인가? 분명 밭에서 볼 일을 봤을 것이다.


시골에 살 때 푸세식 화장실이었는데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웠다. 할머니는 오물을 재와 섞어 발효를 시킨 뒤 텃밭에 거름으로 줬다. 그때는 화학 비료나 농약 대신 인분이 최고의 영양분이고 그것을 먹고 자란 채마를 우리가 다시 먹는 순환 시스템이었다. 인분과 재가 더럽고 지저분한 것으로 분류되고 화학비료와 농약이 채마를 기르며 아토피 같은 피부병, 각종 암환자, 농약 중독 등으로 농사짓던 어른들이 돌아가셨다. 겉으로 멀쩡하고 깨끗한 게 깨끗한가 반문하게 되면서도 발바닥 아래의 '지저분함'과 '더러움'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조심하게 된다. 


머리속 '상상력의 부패'가 제일 위험하다는 어느 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진짜 더러운게 뭘까.

작가의 이전글 맨발걷기-빈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