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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13. 2023

맨발걷기-욕망위에 지혜가

#수행 #욕망 #자애 #제따와나 #기독교 #불교 #지혜

"교회 다니던 선배가 교회에 나오라고 해서 다니고 있는 기독교 신자입니다. 그런데 그 선배가 불교로 가서 따라 왔습니다 "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비구니 스님은 내 얘기를 듣고 미소를 지으셨다. 마침 스님과 차담하는 곳으로 선배가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의 인연을 깊이 생각한다. 정작 나는 무덤덤하다. 30년이 넘었으니 전생에 형제였거나 웬수였거나 했을거라고 애틋해 한다. 


그녀는 기독교 신자였다. 몇 해전 불교신자로 개교해 불교외에는 재미있는게 없다고 했다. 그녀가 서울에서 고양시로 이사오면서 다니던 교회에 나오라고 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벌써 20년이 됐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그녀가 유방암에 걸렸다. 건강하고 바른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녀는 '불교'로 신앙을 바꿔 학승처럼 수행하고 법회를 다녔다. 앞선 여인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며 '부부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조언을 듣곤 했었다. 똑순이처럼 강단있던 그녀가 변함없이 기질대로 불교 신자로써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제따와나"는 인도의 불교 수도원 이름이다. 벽돌로 지어진 네모 받듯한 건물은 사찰 같지 않아서 어디 펜션에 온 것 같았다. 요즘은 초기 불교에 대한 수행을 공부하는 곳으로 젊은이들이 몰린다고 한다. 불교에 입문한 지 얼마 안된 사람들, 마음의 번뇌로 괴로워하는 사람들, 유튜브를 통해 수행자의 길로 걷게 된 사람들이 찾아와 법회를 듣고 한 주간의 삶의 태도를 다진다.


제따와나의 선원장인 '일묵스님'은 얼빵하지만 똘망한 만화 주인공 같았다. 법문은 '자애와 지혜'에 관한 내용이었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개념을 설명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는 오류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욕망과 탐심이 들어가는 자애에 대한 견제를 '어미가 자식 잘되라고 하는 잔소리'를 비유로 들었다. 부모의 욕심이 자식에게 투영돼 가스라이팅 하는 자애심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자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예(禮)'가 떠올랐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켜야 할 예법, 예도가 정립되면 신중하게 관계 맺기를 할 수 있을 터이다. 


지혜는 욕망에서 나온다고 했다. 욕망을 받아 들이고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배제하지 않고 인정하는 가운데 '지혜'가 생긴다는 말에 울림이 왔다. 사람들은 아는 것도 많고 들은 것도 많았다. 어느 박사의 강연 얘기를 하며 '수행'에 관한 견해, 태도를 얘기하는데 '어떤 전문가'의 방법이나 논리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 명확한 것보다 흐리멍텅하고 분명하지 않는 것에 끌리고 여지가 있는게 좋다. 


제따와나 선원을 보니 어느 누군가의 수행이 사람들을 엮어서 일궈낸 예술 작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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