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가 환율 상승에 대비하는 법
환율이 연이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며 매일 환율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경우 환율이 일상생활에 주는 영향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환율 상승의 여파가 보이는 곳 중 하나는 국내 유가입니다. 우리나라가 석유 수입에 100%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 시 더 높은 가격 (원화 기준)으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발생합니다.
과연 환율 상승이 정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국내 정유사의 수익을 감소시킬까요?
국내 정유사는 해외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 및 가공하여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판매를 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정유사의 벨류체인을 따라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a) 환율과 유가]
원유 수입의 경우, '24년 기준 중동산이 71.5%, 미주산이 2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석유제품은 달러로 거래됩니다. 얼마 전 10월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국 위안화로 결제한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중동 및 미주산 위주로 수입하는 한국의 경우 모든 석유를 달러로 구입해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환율이 올라가면 더 비싸게 구매하는 것입니다.
추가로 환율 자체도 유가와 일정 부분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중동의 원유 주요 수입국으로 달러가 강세일 경우 유가는 하락하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미국이 주요 에너지 수출국으로 자리 잡으며 달러와 유가의 동조화 현상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추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러 강세일 때 유가가 오르는 추세로 국내 정유사는 상승한 유가와 더불어 높은 환율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25년 10.5주 기준, 정유사 휘발유 공급 가격은 국제($/bbl)와 국내 모두 전주 대비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약 방식에 따른 차이도 존재할까요?
[b) 원유 구매 계약 방식]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석유 거래 시장은 거래소의 유무에 따라 선물시장 (Futures Market)과 실물시장 (Physical Market)으로 나뉩니다. 실물시장은 거래 시점에 따라 현물 시장(Spot Market)과 기간계약시장 (Term Market)으로 나뉘며, 기간계약시장은 거래 기간 및 세부 계약 사항에 따라 장기계약 (Long-Term contract), Semi-term contract, Frame contract으로 나뉩니다.
현재 현물시장 (Spot Market)에서 거래되는 원유 물동량은 전 세계 거래량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현물시장은 필요한 시점마다 거래되기 때문에 다른 시장의 거래에서도 가격의 기준점이 되는 지표 역할을 합니다. 반면 장기계약의 이점은 안전적인 공급을 보장합니다. 중동산 유국 원유는 대부분 장기계약에 의해 거래되고 있는데, 아시아지역의 경우 현물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중동산 원유의 의존도가 높습니다.
현물시장 (Spot Market)에서 거래한다면 환율 증가에 따라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반면 장기계약의 경우 일정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 정해져 있기에 이전에 계약했다면 미래의 유가 및 환율 상승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의 경우 대부분 실물 시장에서 거래하며 전체 원유 도입량의 60%는 장기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넘어가서 판매 단계에서의 환율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상품 납품의 경우 환율의 영향을 보기 위해 국내와 해외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국내: 환율이 상승해 원유를 더 높은 값으로 지불할 경우 주유소에 즉각 반영될까요?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은 2~4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이 계속 상승할 시 환율을 반영되지 않은 기간 동안 국내 정유사는 지속적인 손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의하면 11.1주 휘발유 공급가격은 전주대비 61.1원 상승한 반면 판매가격은 19원 상승하는데 그쳐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 정유업계는 생산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해외 통화로 금액을 정산받기 때문에 환율 상승분에 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환율 상승은 정유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줍니다. 원유 수입 시 환율 증가로 인해 비용이 증가합니다. 매출에 대해 비록 해외에서 차익이 발생하나 국내에도 환율 증가분이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이 감소하는 영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SK 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1544억 원 감소하는 영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율에 의한 수익성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국내 정유사는 (1) 해외 매출 비중을 높여 환율에 의한 차익을 높이거나 (2) 장기계약 체결 및 (3) 환율 헷징 상품에 투자 등을 통해 비용을 감소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환율은 예측하기 어려우나 환율의 영향은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