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한다구요?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일하는 멘탈"을 위하여

by 양소영 코치

미술가 마크 로스코의 연극” 레드”를 3년 만에 재 관람했다. 3년 전, 직장인으로 연극을 보았을 때 “예술가란 나의 불행으로 남의 행복을 주는 사람”이란 말이 떠올랐다. 치열하게 평생 동안 그림만 그리던, 행복할 것없는 그의 삶이 불행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 후 코치가 되어 다시 본 그 연극에서는 그냥 그의 삶을 묵묵히 산 로스코가 보였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하여 행복이나 재미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구나. 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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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이직을 거쳐 난 지금 마케터와 너무 다르게 보이는 코치의 일을 선택했다. 마케터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에서도 한참 일 할 나이에 전업 코치로써의 피벗은 신기한 일인 듯하다.


“회사 그만두고 자기 일하니 행복하죠??"
“일하는 거 되게 재미있어 보여요. 일이 진짜 재미있나요?”

"자기 일하니까 눈치 볼 사람도 없이 얼마나 좋을까요? 좋죠? 좋죠?"


가끔 만나는 지인들의 물어볼 마다 난 잠시 머뭇머뭇한다. 그들이 원하는 "유토피아적"인 대답은 어떤 걸까? "네! 나오니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그러니 당신도 빨리 때려치워요." 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걸까 "직장 밖은 지옥이에요. 나와 보니 개고생 중이에요. 직장인이란 게 진짜 좋은 거이예요"라고 대답해주어야 할까. 어떤 대답이든 그들의 불행한 직장 속 삶을 푸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더이상 직장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어야 하나?


결국,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나의 대답은 보통 “일인데요. 그냥 하는 거죠”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행복"과 "재미"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주말이면 살사 같은 동호회에 들어 밤새 춤추며 부어라 마셔라 술에 취할 때도 있었고, 일주일이 넘는 휴가가 있는 달이면 1년 전부터 해외여행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런 여행을 가야만 행복한 나로 나 스스로를 규정지어니 당연하게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나는 불행한 나로 규정되었다. 어쩌면 일을 하며 불행한 나의 모습을 은근히 좋아했을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며 돈을 벌다니! 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삶을 소비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때 나는 직장인으로써 회사다니는 것은 당연히 힘든 것이지! 하며 한번도 나의 직장안에서의 나를 변화시켜보려 노력한 적이 없다.


지금 나는 일을 하며 불행하지 않다. 일이 하기 싫어 미쳐버릴 거 같지도 않고, 출근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받으며 우울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코칭 일을 하면서 짜릿하고 두근거리며 행복해 죽을 것 같지도 않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본질에 재미나 행복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직업을 "내가 행복해지고자"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하면서 가끔 행복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행복”이란 것 또한 감정일 뿐이고, 모든 감정은 흘러가며 변한다. 행복이나 재미란 것 또한 내가 노력해서 잡고 싶어도 손안에 넣지 않는 공기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행복도, 재미도, 슬픔도, 아픔도 결국 나를 통과해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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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일이란 식사할 때 나오는 밥 같은 것이다. 매일 먹는 그 쌀 밥이 질리지 않는 것. 그리고 가끔은 와~ 맛있다.처럼 행복이나 재미를 느끼는 것. 밥 자체로 행복을 느끼지는 않지만 밥을 먹는다는 것이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하는 나의 모습을 사랑한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이 나의 행복이나 불행의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일을 선택한 것일 뿐, 일이 나의 행복을 결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이 현재 나의 안전이나 평안, 행복을 방해한다면 그 방해 요소를 찾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내가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일로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인생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함께 일하는 사람, 나의 감정 등에 이리 저리 흔들리는 코스모스 같은 멘탈이 아닌, 어떤 바람도 나를 스쳐지나갈 수 있는 단단한 나무가 되고자 한다. 단단하게 나를 성장시킬 때 그 나뭇잎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릴 수 있다.

그렇게 단단하며 반짝거리는 "일하는 멘탈"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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