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 아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회사에서는 한참 신제품 출시를 위한 브랜딩 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제품 패키지를 에이전시가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에이전시가 가져온 디자인을 보고받는 임원분들은 다 이쁘다고 했다. 실무자였던 나와 사원은 어휴! 싶었다. 그 디자인의 문제점이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엔진오일인 제품은 보통 카센터에서 진열을 해 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어둑어둑한 카센터에서 눈에 띄려면 제품은 최대한 밝아야 한다. 그런데 "프리미엄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느라 온통 블랙인 것이다. 게다 품종별로도 크게 차이를 두지 않아 품종별로 언뜻 보면 잘 구별되지 않는다. "새까매서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어! 보이지도 않는걸 우리가 언제 히 확인하고 쓴단 말이야!"라는 대리점 주 사장님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귀에 따갑게 들렸다.
이 이야기도 실무자 미팅을 2주 전에 했을 때 에이전시에게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직접 라벨 붙인 제품 들고 카센터 가서 올려놓고 보라는 실무자의 의견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된 채 2주 전 디자인 그대로 보고에 들어온 것이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에이전시를 째려보자 그쪽 사장님은 분은 '우리가 너무 바빠서 수정할 시간이 없었어요'란 눈빛을 보냈고 나는 "1시간이면 끝날 작업이었잖아요"를 애써 눈빛과 턱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눈빛 싸움도 최고 의사 결정자가 '음 괜찮네' 하는 순간 끝이 났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그래도 한 말은 하려는 사원에게 부장님은 가만히 있으라며 그 앞에서 볼펜을 두 번 두드리셨다.
회의를 마친 후 신입 사원은 화를 냈다.
"저거 카센터에 놓으면 하나도 안보이잖아요! 우리가 저번 미팅에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똑같이 가져와요?"
이미 중간 관리자가 된 내가 주변을 정리하며 대꾸했다.
"괜찮아요. 제품 출시하면 당연히 카센터 점주님들의 항의가 빗발칠 거고 딱 보니 1년 안에 라벨 리뉴얼 들어갈 거니까. 음.. 부장님 한 10개월쯤 후에 패키지 리뉴얼 준비하겠습니다."
"왜 일을 두 번 해야 합니까? 의사결정자 분은 왜 우리말을 안 들으시는 거죠?"
"우리말을 듣지 않고 진행해도 이 정도 패키지 실수로 이 회사는 안 망하니까. 자자 화내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요 "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실무자 입장에선 분명히 지금 해야만 하는데 안 될 때가 있다. 내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 했을수록 화가 난다. 실무자인 나도 이게 뻔히 보이는데 나보다 잘났다는 임원분들이 이걸 왜 보지 못하는 거지? 내 말을 왜 안 듣는 거지? 듣고도 왜 기억을 못 하는 것이지?
화내지 말자.
화낸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책임은 의사결정자가 지는 것이다.
세상에는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에 화를 내고 나의 부정적 에너지를 쏟느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을 하는 것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유한하다. 내가 어디에 그 에너지를 써버리느냐는 내가 결정한다.
화를 내며 내 에너지를 써도 결국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내 소중한 에너지를 쓰고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내 인생을 위하는 길이다.
나는 신이 아니다. 내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