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합리적 가격…소비자 ‘삶의 질’ 향상 최우선
[취재/글: 이준동]
자코모(대표 박경분)는 1986년 설립된 재경가구산업이 만든 고품격 소파 브랜드다. 국내 생산과 수작업을 기본 원칙으로 소파를 제작해 왔고 국내 소파 브랜드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자코모 박경분 대표를 만나 자코모의 브랜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자코모는 국내 가구 분야 ‘100년 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유행에 민감한 ‘소파’를 만들고 있지만, 회사만큼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장수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는 가족 승계 ‘2세 경영’, 또 하나는 전문가 양성을 위한 ‘자코모 소파 아카데미’다.
100년을 이끌어 갈 장수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2세 경영은 필수라고 박 대표는 판단했다. 이에 자코모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인재다. 소파를 만드는 일은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져야 전문가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 한국인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해 몽골에서 인력을 충당하고 있지만 이들은 4년이 지나면 비자 문제 때문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어느 정도 숙련공의 수준에 올랐을 때 이들은 회사를 떠나야 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뽑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 숙련공을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고용허가제(E-9비자)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한도를 4년 10개월에서 10년으로 대폭 확대했다. 외국인 근로자 중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를 신설해 숙련공의 장기근무를 지원하는 제도다.
제도의 개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장기근무는 가능해졌지만, 박 대표는 한국 청년들이 자코모에서 일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한국인 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해 ‘자코모 소파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아카데미에서는 목공, 재단, 재봉, 조립 등 소파 생산에 필요한 각 분야 현직 전문가가 직접 교육한다. 교육 수강을 위한 성별·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교육 과정은 총 6개월 단위로 진행되며 현재 4기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은 본인이 원하는 분야를 정해 자코모에서 일을 하게 된다. 회사에서 파트를 정해주는 것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장기근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강점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모두가 힘들었던 어린 시절, 어렵게 중학교에 진학했고 틈틈이 형부 공장 일을 도우며 사업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종잣돈으로 남편과 함께 가구 공장을 만들었다. 말이 가구 공장이지 산 중턱에 있는 돼지 축사를 개조한 형편없는 시설이었다. 재경가구산업은 이렇게 탄생했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마음으로 사업을 하라”는 형부의 말만 믿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낭떠러지에서 지푸라기를 잡고 버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로 우리나라는 방바닥에 앉는 좌식 문화에서 입식 문화로의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단지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소파 전성시대’가 열렸다.
재경가구산업은 현대리바트와 퍼시스 등 대형 가구 기업에 납품하며 덩치를 키웠다. 업계에서 신용도를 쌓아가며 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6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이 되었다.
1988년 국내 최초로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 유한양행의 뒤를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근로자에게 지원한 주5일 근무 혜택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은 높아졌고 생산성도 제고됐다.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한 박 대표의 결단이 이뤄낸 결과다.
2000년대 들어서며 박 대표는 ‘미래는 디자인의 시대’라는 것을 직감했고 제품 디자인의 혁신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 ‘자코모 디자인 연구소’를 신설했다. 이 결과 튼튼하고 오래 쓰는 소파에서 예쁘고 튼튼한 자코모로 탈바꿈했다. 혁신을 향한 과감한 도전으로 소파 디자인에 혁신을 담아냈다.
이런 혁신 성장을 이루어내며 박 대표는 2021년 ‘금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올 상반기 대통령과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박 대표는 자코모의 성장을 몸소 느낄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자코모는 국내 소파 1위 브랜드라는 명성을 안고 세계 무대에 나선다. 현재 일본 진출을 마쳤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1986년 설립해 40년 만에 국내 최고의 소파 브랜드가 됐다”며 “자코모가 추구하는 100년 기업의 목표가 달성되는 50년 후에는 세계적인 고품격 소파 브랜드로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