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터뷰] Watanabe Toshiyuki

마징가 Z 인피니티 음악 담당 (2019년 2월 인터뷰)

[취재/글: 이준동]

[서면인터뷰 번역: 권하진]

[사진: 와타나베 토시유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는 2018년 ‘마징가 Z’를 만든 만화가 ‘나가이 고’ 데뷔 50주년 기념작이자 마징가 Z 탄생 4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마징가 시리즈의 정규 후속작이다. 제작사는 토에이 애니메이션, 감독은 시미즈 준지, 각본은 오자와 타카히로, 메카닉 디자인은 야나세 타카유키가 맡았다. 음악은 마징가 Z의 작곡가 와타나베 츄메이의 아들 와타나베 토시유키.



渡辺俊幸 (Watanabe Toshiyuki)

안녕하세요. 이번 ‘마징가 Z 인피니티’에서 주제가 편곡과 음악을 담당한 와타나베 토시유키 입니다.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마징가 Z'의 주제가를 만드신 와타나베 츄메이 님이 저의 아버지입니다. 이렇게 한국에 계신 여러분께 저를 더 깊이 알릴 수 있는 인터뷰 기회가 만들어져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음악과의 인연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4살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해서 피아노와 솔페즈(음악의 기초 교육 가운데 시창력, 독보력, 청음 능력 따위를 기르는 교과 과정)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부모님의 교육이 너무 엄격해서 피아노가 싫어진 나머지 피아노는 6살 무렵에 관두고 대신 솔페즈와 음감 교육은 아버지가 권유하여서 12살까지 마지 못해 계속 했었습니다.


비록 피아노는 6살 때 관뒀지만 음악은 여전히 아주 좋아했습니다. 6살때부터 9살 무렵까지는 ‘사운드 오브 뮤직'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같은 뮤지컬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음악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은 9살이던 1964년에 들었던 비틀즈의 음악 때문입니다. 'A Hard Days Night'을 듣고 비틀즈의 음악에 사로잡혀 나도 다시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선택한 악기가 드럼으로 처음에는 나무 판자를 두드리며 연습하다가 12살이 되면서 드럼을 사서 밴드를 결성하고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전문 드러머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15살쯤에는 야마하 드럼 교실 최상위권 클래스에 속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18살 때 포크그룹 '레드버드'의 드러머로 발탁되었죠.



개인적으로 이 시기부터는 드럼만큼 작곡과 편곡에도 관심이 깊어져 레드버드의 드러머를 하면서도 독학으로 작곡이나 편곡을 공부했습니다. 19살 때 레드버드가 해체되어서 다시 밴드를 결성하여 당시 소속사에 있던 다양한 아티스트 들의 연주를 담당했습니다.


그 당시에 ‘그레이프’라는 포크 듀오가 있었는데 그 그룹이 해체하게 되면서 열었던 전국 투어 콘서트에 연주를 위해 따라다니다가 싱어송라이터인 사다 마사시 님으로부터 우리랑 함께 새로운 밴드를 만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지요. 그 당시 저는 사다 씨는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솔로 데뷔를 추천하고 저는 사다씨의 전속 프로듀서이자 편곡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24살이 될 때까지 약 4년동안 총 4장의 베스트셀러 앨범을 완성했는데, 그 중에 3집째 앨범을 녹음하러 LA에 갔을 때 개봉한 영화 '미지와의 조우'를 보고 영화 음악에 감동하여 팝 음악의 작곡이나 편곡에만 그치지 않고 풀 오케스트라 연주를 도입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결정해 4번째 사다 마사시 님의 앨범을 만든 직후 버클리음대에 입학했습니다.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의 현대적 기법이나 지휘법, 화성학 등에 관해 공부한 후, 3년 후에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여 저명한 오케스트레이터 알버트 해리스(Albert Harris)님으로부터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음악 작곡 기법을 사사받았습니다. 일본에 귀국한 후에는 영상미디어 작품에 쓰이는 음악 작품을 중심으로 작업하며 지금은 센조쿠학원 음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작곡이나 강의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부친, 渡辺宙明 (와타나베 츄메이) 

아버지는 전쟁이 끝나고 아직 안정되지 않은 일본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해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물론 운도 따라 주었겠지만 말못할 노력을 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매우 지적인 분으로, 다양한 음악을 항상 분석하고 그 특징을 자신의 음악 속에 도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분입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츄메이 사운드’라는 아버지의 이름을 딴 장르도 탄생한 것이 아닐까요. 솔직히 저와 아버지의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음악으로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적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제가 18살 무렵 아버지에게 작곡이나 편곡을 배우고 싶다고 상담했을 때 아버지께서 "전통 클래식의 화성학을 배우는 것보다 먼저 재즈 하모니를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셔서 당시 일본에서 유일한 재즈 이론서였던 Jazz Study를 공부한 것은 지금까지도 아버지가 해 주신 정확하고도 유용한 조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渡辺宙明(와타나베 츄메이)는 2022년 6월 23일, 심부전에 의해 도쿄도 시부야구의 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96세. (이 인터뷰는 2019년 진행했습니다)


사명감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컨텐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하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CG 기술로 인해 더욱 실감나는 표현이 가능 해졌습니다. 애니메이션 음악에 역시 애니메이션처럼 세계적으로 나날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픽사나 디즈니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예산 등에서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주어진 예산의 격차로 인해 애니메이션의 영상이나 음악의 퀄리티가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만일 같은 예산으로 작업하는 경우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과 적어도 같은 수준,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실력을 갖고 멋진 결과물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징가 Z 가수 'Ichiro Mizuki'와 함께


앞으로 

연말에 개봉 예정인 영화 “극장판 신칸센 변신로봇 신카리온, 미래에서 온 ALFA-X"에 삽입될 음악을 올 10월 무렵 마무리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내년 11월에 선보이게 될 오페라 작품의 곡들도 작곡해 선보일 예정이구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음악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음악을 멋지게 완성해 나가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대한민국 뮤지션 인터뷰 단행본] 텀블벅 펀딩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