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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ark Meaney

'콘래드 서울' 총괄 지배인


[콘래드]


힐튼 월드와이드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국의 다국적 럭셔리 호텔 ‘콘래드’는 힐튼 호텔 설립자인 ‘콘래드 니콜슨 힐튼’의 손자인 ‘배런 힐튼’이 할아버지 이름을 따서 설립한 럭셔리 플래그십 모던 호텔 브랜드다. 콘래드는 현재 전 세계 21개 국가와 자치령에 49개 지 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 문을 연 콘래드 서울은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 위치해 있다. 434 개의 고급스럽고 전망 좋은 객실을 갖추고 있다. 2016년부터 콘래드 서울 총괄 지배인으로,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한국 지역 총괄 지배인으로 역임 중인 ‘마크 미니’(Mark Meaney) 총괄지배인을 만나 힐튼의 럭셔리 모던 호텔 브랜드 ‘콘래드’와 ‘콘래드 서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콘래드 서울]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2016년부터 콘래드 서울 총괄지배인으로 역임 중인 ‘마크 미니’라고 합니다. 2023년 1월부터는 힐튼 한국지역 총괄지배인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콘래드 서울을 소개할 수 있는 인터뷰 자리가 마련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콘래드’는 힐튼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로 한국에는 2012년 개관했습니다. 현재 힐튼은 총 17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그중 ‘콘래드’와 ‘월도프 아스토리아’, 그 리고 ‘LXR’이라는 세 개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운영 중입니다. 그중 ‘콘래드’는 현대적 감각의 모던 럭셔리 호텔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콘래드’라는 브랜드명은 힐튼 창립자 ‘콘래드 힐튼’에 서 유래했습니다. 콘래드 힐튼의 손자인 바론 힐튼이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최고급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설한 것이죠. 도쿄, 서울, 오사카, 베이징, 상하이, 싱가 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약 49 개의 ‘콘래드’가 있습니다.



[Mark Meaney]


저는 2016년부터 콘래드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그리고 지난해 1월부터는 한국에 있는 모든 힐튼 계열 호텔을 관리하는 힐튼 한국지역 총괄지배인으로 재임 중입니다. 힐튼은 한국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했고, 한국 시장에서의 힐튼의 비즈니 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지역 총괄지배인’이라는 새로 운 직위를 만들고 저를 그 자리에 선임했습니다. 제가 힐튼과 함께한 지 올해로 20년이 됩니다. 그전에는 제 고향인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과 스위스, 일본 등지에서 호텔 업에 종사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 가 일했던 모든 나라에서 항상 새로운 것들을 배웠습니다. 나라마다 그 색깔은 뚜렷했지만 모두 다른 색이었죠.


스위스에서 일할 때 저는 열아홉, 스무 살의 청년이었습니다. 1년 간 인턴으로 일을 하면서 스위스가 가진 정밀함과 디테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Mark Meaney 미국에서는 팀원으로 일을 했는데 회의를 할 때 음악을 틀어 놓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회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크 게 놀랐죠. 그전까지는 그런 업무 회의는 상상도 못 해 봤거든요. 이렇게 자유분방한 분위기지만 그 속에서 미국은 완벽 한 산업주의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6 년 간 일을 하며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와 3년을 보내고 저는 일본으로 향하게 됩니다. 일본은 스위스,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신세계’였습니다. 저에게 일본은 다른 행성이 나 다름없었죠. 일본에서 배운 것은 바로 ‘인내심’입니다. 하나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 오랜 시간 고뇌하며 인내의 시간을 거쳐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일본의 서비스는 그 결이 다릅니다. 정말 놀라 운 결과를 만들어 내죠.


일본에서 저는 싱가포르로 옮겨갑니다. 싱가포르는 세계 적인 비즈니스 도시이자 국가로 매우 빠르게 움직이며 결 코 잠들지 않습니다. 아시아에 속한 국가이긴 하지만 비즈 니스적인 면에서는 미국과 많이 닮아있다 보니 빠르게 적 응했죠. 그리고 마침내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처음 접한 한국인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일할 때는 ‘열심히’, 놀 때도 ‘열심 히’였습니다.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일하는 공동체 의식 이 놀라웠으며,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나서 내일을 위해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화끈한 놀이문화가 인상 적이었죠. 이렇게 여러 나라를 경험하면서 저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항상 다른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인연으로 다 양한 친구들을 만나왔죠. 이것이 바로 모든 나라의 모든 것들이 항상 새롭고,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는 3가지 아픔이 있습니다. 첫 번째 아픈 기억은 미국에서 일하던 2001년 당시 일어난 9.11 사건입니다. 당시 저는 백악관 바로 옆 호텔에 서 일했는데 사건이 발생하고 호텔에 기관총을 든 비밀 경 호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9.11의 아픔을 생생히 느꼈습니다. 2001년 당시 저는 20 대 후반이었는데, 사건을 겪으며 저는 인내심을 키우게 되었고, 힘든 상황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이해하는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2011년 일본에서 일할 때 겪었던 ‘동일본 대지 진’입니다. 당시 저는 도쿄에 있었고 지진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본과 일본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했습니 다. 그리고 저는 무서운 자연재해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또 인내심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의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아픈 기억은 바로 2020년부터 3년 간 한국에서 겪은 ‘코로나19’입니다. 미국의 9.11 사건이나 일본 대지진에 비하면 큰 위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끝이 보이 지 않는 시간을 견뎌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호텔을 포함한 관광 업계에는 크나 큰 타격을 안겨줬죠.


많은 관광업 회사가 문을 닫고 종사자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했죠 작은 호텔들은 월세로 방을 임대하며 위기를 버텨 내려했지만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국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 국인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가 되고, 서로가 서로를 돌 보며 올바른 길로 함께 나아가려는 ‘결속력’에 감동했습니 다. 덕분에 저도 코로나19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호텔과의 인연] 


저는 아일랜드의 ‘리머릭’(Limerick)이라는 도시에서 태 어나고 자랐습니다. 리머릭은 아일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지만 인구는 1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였습니 다. 리머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여름철 휴양지로 유명한 ‘라힌치’(Lahinch)라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여름 이면 그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죠. 70년대와 80년대 아일랜드는 지금처럼 부유한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부유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냥 가난한 나라였죠. 하지만 다행히 저는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생을 엔터테이너이자 코미디언, 가수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광이나 호텔 관련 친구들이 많으셨죠. 저는 16살 즈음 무렵 저는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를 졸라 라힌치의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름 시즌에만 일하는 3개월 단기 아르바이트였지 만 저에게는 너무나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다음 여름에도 일을 했고, 그렇게 웨이터 일을 하면서 제가 호텔과 서비스 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호텔 전문학 교’에 입학했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현 장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당시 호텔 전 문학교 학생인 저에게는 현장을 체험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죠. (웃음) 그렇게 호텔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은]


제가 2016년 콘래드 서울 총괄지배인으로 한국에 온 지 이제 8년 차가 되어가 네요. 첫 느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이 저는 한국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이 가진 가장 큰 저력은 모든 국민이 매우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높은 교육 수준도 한국의 큰 강 점이죠. 그리고 한국인들은 대부분 스 스로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경쟁’하려 는 의지가 있습니다. 나쁜 경쟁이 아닌 ‘선의 경쟁’이죠. 스스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이런 잠재적인 경쟁심이 오늘날의 성공으로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한국의 MZ 세대들은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싶어 하며 ‘삼성’과 ‘현대’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대해 큰 자 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 고 한국의 MZ 세대들은 전 세계 어디에 서도 당당할 수 있는 강한 자신감과 자 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 대 부분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한 국은 글로벌 국가로 성장할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와 음식, BTS, K-드라마, 영 화, 그리고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사람들은 전 세계인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향후 최소 10년 이상은 이 ‘ 한류’가 거침없이 전 세계를 항해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어느 곳이든 장점이 있으면 아쉬운 점 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호 텔 비즈니스에 종사하면서 느낀 한국의 단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일 관적이지 못하고 급변하는 노동 법규입 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최저임금은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최저임금 상승의 폭이 크 다 보니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노동 법규의 경우 수시로 변하고 개편되며 일관성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용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명확히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는 일관적인 노동 법규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위에서 말씀드린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합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영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또 영어 안내판도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영어 사용에 큰 어려 움이 따르거나, 안내판에 영어가 없는 곳 들도 많습니다. 부산이나 제주 등을 제외 한 위성도시와 소도시를 여행하고자 하 는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 역시 개 선되었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콘래드 서울, 앞으로] 


콘래드 서울의 2023년은 매출과 이익, 그 리고 고객 만족도 등 모든 면에서 기록적인 한 해였습니다. 2023년부터 객실의 리 모델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 다. 2024년에도 이어질 리모델링 작업으로 대한민국 럭셔리 호텔 시장을 선도하는 콘래드 서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호텔 37층의 바를 개조해 ‘위스키 바’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외 에도 고객의 제안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호텔의 이 미지를 지켜나갈 계획입니다.


2023년은 힐튼이 한국에서 운영을 시작 한 지 4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힐튼은 ‘두 번째 성장’을 할 것입니다. 힐튼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 텔 회사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인 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한 국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판교에 ‘더블트리’와 ‘더블트 리 레지던스’를 오픈했습니다. 여수 더블 트리도 2026년 개관 예정입니다. 2021년 개장한 ‘강남 힐튼 가든 인’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죠. 이러한 성공 사례들이 바로 한국 시장에 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힐튼과 콘래드 서울은 올 2024년을 대한민국과 함께 동반 성장하는 뜻깊은 한 해로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목표도 있습니다. 저는 자선 단체를 위한 ‘한국채리티라이드’(KCR)에 5년째 참가하고 있습니다. 약 250여 명의 라이더가 자전거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리는 거리를 환산해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도 약 530 킬로미터를 달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죠. 우리의 작은 힘들이 모여 큰 도움의 결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지난 7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외국인으로서, 한국은 열심히 일하고 재미있게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멋진 곳입니다. 10년 후 제가 한국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자신은 10년 후에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과 한국인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꼭 이뤄내는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4년도 그런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5일 콘래드 서울 36층 펜트하우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비즈니스리더스매거진 창간호 커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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