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늪에서 벗어나 핵심을 찾는 법

글이 되려면 정보가 아니라 핵심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by 비지

글을 잘 쓰기 위해 많은 정보를 모으는 사람이 있다. 자료를 꼼꼼히 정리하고 수치와 사례를 빠짐없이 담으며, 예상되는 반론에 제시할 정보를 따로 준비한다. 하지만 정작 그 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보는 넘치지만 핵심이 없기 때문이다. 문장은 많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고, 내용은 정확한 것 같지만 독자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정보는 풍부하지만 방향성이 사라진, 전형적인 '길을 잃은 글'이다.

글이 어려워지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모자람'이 아니라 '과잉'이다. 특히 비즈니스 문서에서는 정보가 많을수록 판단은 느려진다. 보고서를 다 읽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중심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고 주변 정보만 나열하기 때문이다.


정보는 핵심을 뒷받침할 때 의미를 가진다. 핵심 없이 쌓인 정보는 방향도, 무게 중심도 없이 글을 무겁게만 만든다. 글이 반드시 가벼울 필요는 없지만 무게를 가지려면 핵심이 분명해야 한다. 핵심은 이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문장이 없다면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메시지는 흐려지고, 상대방에게 맥락은 보이지 않는다.


글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핵심을 정의해야 한다. 핵심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글쓴이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응축한 문장이다. 예를 들면 고객 이탈률 증가는 가격 정책보다 UX 이슈가 더 큰 원인이라는 판단이거나, 내부 인력 구조를 유지하려면 외부 용역비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처럼 출발점과 도착점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 중심의 글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상대방은 글을 읽는 도중 자주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정보는 계속 나오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중요한 문장은 스쳐 지나가고 덜 중요한 문장은 불필요하게 강조된다.


이것은 단순히 필력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 간 우선순위가 없고 핵심이 제대로 구조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방이 글을 읽는 흐름을 설계하고 이해의 흐름에 따라 문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사람이다. 어떤 정보를 먼저 보여줄지 어떤 설명이 뒤따라야 자연스러운지를 고려해야 한다.


핵심을 찾는다는 것은 정보를 줄인다는 뜻이 아니다. 정보를 선별하고 그 의미를 되묻는 일이다. 이 정보가 어떤 메시지를 지지하는지, 어떤 정보가 흐름을 방해하는지 구분해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정보는 지금 이 메시지를 설명하는 데 꼭 필요한가?
이 수치는 이 문장에 있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가?
이 단락은 핵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옆길로 새고 있는가?


핵심은 글을 쓰다가 주어지는 정답이 아니다. 글을 쓰기 전에 찾아야 하고 쓰는 과정 내내 다듬어야 하는 방향이다. 정보만으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상대방의 사고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핵심이고 정보는 그 핵심을 뒷받침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글은 이 둘이 조화롭게 구성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이전 07화현상보다 인과, 이슈보다 맥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