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질문이 잘못된 문서를 만든다.

잘 못 된 질문으로 시작된 글에는 생각을 담을 수 있다.

by 비지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도구다. 그런데 이 도구는 출발점부터 흔들릴 때가 있다. 바로 글의 시작점이 되는 질문이 잘못될 때이다. 질문이 잘 못되면 생각도 흐려지고 결국 글 전체가 방향을 잃는다. 좋은 글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있어 보이려고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니다. 실무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반복하는 오류의 대부분이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를 쓸 때, 문제를 다루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문제를 규명하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현상을 나열하거나, 표면적인 정보만 정리한 채 본질을 비켜간다. 즉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하면서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은 생략하는 것이다. 이런 글은 정보는 많지만 의미는 없다. 왜 쓰는지, 무엇을 다루는지, 어떤 의문을 품고 시작했는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글의 질은 문장의 수나 정보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핵심은 중심을 잡아주는 질문이다. 질문이 사고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출발점이 되는 질문이 흔들리면 사고도 분산되고 글의 방향도 모호해진다. 아무리 논리를 정교하게 설계해도 출발점이 잘못되면 전체 구조는 설득력을 잃는다.


질문은 글의 프레임이자 구조를 결정짓는 틀이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질문이 달라지면 글의 흐름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객 이탈이 왜 발생했는가?”라는 질문과 “어떤 고객이 이탈했는가?”라는 질문은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원인을 분석하는 글이 될 것이고 후자는 타깃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글로 전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사고의 시작점으로 여기지 않는다. 질문은 단지 서론을 여는 장치일 뿐이라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글의 방향은 질문이 설정한 궤적을 따라간다. 질문이 모호하면 글은 주변을 맴돌고 질문이 명확하면 글은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내가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가?'다. 무엇을 말할지보다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먼저 확실히 해야 한다. 질문은 구체적이고 선명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처럼 추상적인 질문은 사고를 흩어지게 만들고, “어떻게 하면 시장 평균치 대비 20%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은 사고를 집중시킨다.


좋은 질문은 사고를 수렴시킨다.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생각을 하나의 축으로 모아주며 글 전체의 논리를 지탱한다. 따라서 질문이 잘 설정된 글은 상대방이 읽으면서 사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결론에 도달하지 않아도 읽어나가면서 이해와 설득이 쌓이게 된다.


또한 글의 목적에 따라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진다. 현상을 설명하는 글이라면 ‘무엇이 일어났는가?’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를 중심 질문으로 삼아야 한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이라면 ‘이게 맞는가?’보다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가?’를 묻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질문이 분명하면 불필요한 설명이 줄어들고 정보의 우선순위도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당연히 상대방의 시선도 글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모아진다.


결국 질문은 글을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자 끝까지 끌고 가는 기준이다. 글이 막힐 때는 문장을 고치기보다 질문을 다시 보는 것이 먼저다. 질문이 흐리면 사고도 느슨해지고 글의 주장도 흐려진다. 대부분의 비논리적인 글은 문장을 쓰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질문이 틀려서 생긴 문제다.

이전 08화정보의 늪에서 벗어나 핵심을 찾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