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중 하나로 알려진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고양이에 쫓기며 생명의 위협을 받던 쥐들은 견디다 못해 '어떻게 하면 고양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회의를 합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쓸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쥐들이 지쳐갈 때쯤 한 쥐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방울 소리가 들리면 고양이가 근처에 있는 것이니 피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쥐들이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며 환호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라면 고양이에게 잡혀 먹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쥐가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달 거야?" 그러자 아무도 나서는 쥐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의 결말에는 한 쥐의 지혜로 헤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하고 싶은 메시지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지만 아무도 먼저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앞서 다른 글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은 이득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동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그 행동을 하지 않을 확률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소수의 무장한 테러리스트에게 다수의 인질이 억류되는 상황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무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물량에 장사 없다고 숫적 우위에 있는 인질이 행동에 나서면 그 상황을 해결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마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인질들은 모두 힘을 합하면 테러리스트를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먼저 나섰다가 총을 맞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필연적으로 다양한 실패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기존 경쟁을 회피하거나 차별화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과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 자원, 경험, 사람 등 모든 요소가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패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고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숙명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안정을 추구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실패를 디딤돌 삼아서 더 높이 도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님과 구성원분들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대표님 포함 구성원분들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이득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실패를 굳이 내가 먼저 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특히 구성원분들은 업무에서 성과를 내서 얻을 이득보다 업무의 실패로 인해 조직 내 자신에 대한 평가, 향후 처우, 커리어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선뜻 도전적인 업무에 나서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 구성원은 모두 도전적으로 업무에 임하는데요?"라고 생각하시는 대표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것입니다.
드물게 손실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고 도전을 통해 얻을 이득에 더 집중하는 스타트업 대표님이 계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 대표님은 도전적인 업무 상황에서 구성원이 선뜻 나서지 않을 때 솔선수범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표님이 도전적인 업무 상황마다 매번 하드캐리 할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구성원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업무에 임하게 할까요? 조직에 이득이 되는 상황이라면 구성원들이 앞장서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제가 추천드리는 것은 바로 '신뢰'입니다.
신뢰의 중요성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 느끼겠지만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유명한 게임이론 중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날 경찰이 용의자 두 명을 검거합니다. 이 용의자는 서로 만난 적도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경찰은 공범으로 단정 짓고 수사를 합니다. 경찰이 두 명의 용의자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심문하며 두 용의자는 서로 만날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서로 공모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하기를 강요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용의자의 자백 여부에 따라서 형량이 정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경찰이 두 용의자에게 제시한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죄수의 딜레마
이 상황에서 두 용의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두 용의자 입장에서 서로 자백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자백을 해버린다면 혼자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용의자는 서로 알지도,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호 신뢰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때문에 상대방의 자백여부와 상관없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용의자는 모두 자백을 했고 재판에서 징역 5년을 받아 감옥에 들어갑니다. 감옥에서 만난 두 용의자는 서로 겪은 상황을 이야기 나누며 큰 후회를 하게 됩니다.
위 '죄수의 딜레마' 이야기에서 두 용의자가 서로 완벽하게 신뢰를 하는 상황 또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신뢰는 개인적인 삶과 일 모든 측면에 중요합니다. 심지어 평생을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고 해도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신뢰는 매우 중요합니다. 실력이 뛰어난 기업도 고객과 신뢰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있어도 신뢰가 없다면 원활한 협업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구성원이 조직이나 대표를 신뢰하지 못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도 앞장서서 업무에 나서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스타트업 대표님은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것만큼 구성원과 신뢰를 쌓는데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이 실패할 리스크가 있어도 조직에 이득이 된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업무에 임할 것입니다. 대표님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손을 드는 구성원을 얻으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표님이 제 말에 동의하시고 구성원분들과 신뢰를 쌓고자 하신다면 저는 '신뢰의 방정식'을 기억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뢰의 방정식은 버밍엄 대학, 런던 경제대학,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7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마이스터가 '신뢰의 기술(The Trusted Advisor)'이란 책에서 소개한 개념입니다.
신뢰의 방정식
신뢰의 방정식은 전문성과 정직함을 바탕으로 한 믿음(Credibility), 신뢰가능한 일관된 행동을 통한 예측가능성(Reliabolity), 감정적인 친밀감(Intimacy)을 더한 것을 이기적인 성향(Self Orientation)으로 나눈 것입니다. 신뢰의 방정식은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믿음, 예측가능성, 친밀감을 아무리 잘 쌓아도 이기적인 성향이 너무 크면 신뢰는 생기기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없던 신뢰도 무너뜨려버릴 수 있습니다.
대표님이 구성원분과 신뢰를 만들고자 믿음, 예측가능성, 친밀감을 열심히 관리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적인 성향을 너무 크게 드러내면 구성원분은 배신감을 느껴 신뢰는 이전보다 더 낮아질 것입니다. 아파트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가 떨어뜨리는 것과 10층으로 데리고 올라가 떨어뜨리는 것이 더 아프고 더 크게 다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구성원분에게 다 맞추고 대표님은 다 희생하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남 좋은 일만 하고 대표님이 큰 손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균형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신뢰의 방정식은 믿음, 예측가능성, 친밀감을 잘 쌓고 이를 이기적인 성향과 균형, 즉 상황에 따라 어디에 더 비중을 둘지 결정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신뢰는 리더십에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요소입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이야기한 '거래적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모두 신뢰가 없으면 동작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신뢰가 없는데 구성원이 뭘 믿고 거래를 하고 뭘 믿고 제시하는 비전을 믿을까요? 기본적으로 리더십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꼭 이 글의 주제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대표님께서 조직 내에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한 것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님! 실패를 할 수도 있지만 조직에 이득이 된다면 구성원분들이 앞장서서 도전하기를 원한다면 신뢰를 쌓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