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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 균형을 위하여

행정 비용의 종합적 시각

by 김용진

많이 해주는 것이 반드시 좋은 행정은 아니다.
덜 해주는 것도 해결이 아니다.
행정은 언제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1. 만족과 비용 사이, 행정의 딜레마


행정은 시민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더 높은 만족을 이루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만족을 높이는 일에는 언제나 비용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행정서비스를 더 촘촘히 설계하고 더 빨리 제공하고 더 친절하게 운영하려면 인력도, 예산도,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용이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족도를 조금 높이기 위한 비용은 적지만, 목표 수준에 가까워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반대로, 행정이 과도하게 단순하고 느슨하면 시민 만족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행정비용이 발생한다.
민원 처리, 품질 보완, 재설계 등 ‘불만 처리 비용’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은 ‘너무 과한 맞춤’과 ‘너무 부족한 대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문제를 항상 안고 있다.
그리고 그 균형점이 바로 그래프 속 S* 지점이다.


2. 그래프가 말해주는 것: 너무 많은 행정도, 너무 적은 행정도 문제다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두 개의 곡선이 있다.

하나는 만족행정 제공비용선

다른 하나는 불만족으로 인한 행정비용선


이 두 선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총행정비용이 최소화되는 점’, 즉 *균형 지점(S)**이다.


이 지점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행정은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만약 행정이 S*보다 왼쪽에 있다면(불충분 영역)

시민의 불만이 누적되고

민원 처리 비용이 늘어나며

행정 신뢰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S*보다 오른쪽에 가면(과도한 맞춤 영역)

행정비용이 불필요하게 증가하고

오버스펙 서비스가 발생하고

지속가능성이 흔들린다


우리가 찾는 것은 최대 만족이 아니라 최적 만족이다.
이 차이가 작지만 큰 의미를 가진다.


3. 행정의 목표는 ‘끝없는 서비스’가 아니다


우리는 종종 “행정이 더 해줘야 한다”는 요구 속에서 살고 있다.

더 빨리 처리해줘야 하고

더 많이 안내해줘야 하고

더 친절해야 하며

더 맞춤형이어야 한다


이런 요구는 시민의 권리이고, 행정은 그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이 모든 요구를 ‘무한히’ 충족시키려는 순간, 시스템은 과부하에 걸린다.

정책은 선택이고, 선택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행정은 시민 만족과 행정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개의 축 사이에서
가장 적절한 점을 찾아가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된다.


S*는 바로 그 ‘지속가능성의 기준점’이다.


이 기준점을 벗어나면 행정은 어느 순간부터 자기 자신을 소모하는 구조로 빠져든다.
‘좋은 행정’을 하려다가 오히려 행정 체력 자체가 고갈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4. 행정서비스의 과도한 맞춤이 초래하는 것들


그래프 오른쪽은 ‘과도한 맞춤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생각보다 일상적이다.

너무 세분화된 공공서비스

과잉 친절로 인한 인력 소모

필요 이상으로 촘촘해진 절차

예외를 과도하게 고려한 복잡한 운영 규칙


이런 ‘과도한 만족추구 행정’은 단기적으로는 호평을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예산과 인력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자체가 작은 민원에도 1:1 전담공무원을 붙여서 즉각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하자.
초기에는 시민 만족도가 크게 오른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인력 배분 비효율, 운영비 급증, 공무원 번아웃을 야기해 결국 유지될 수 없다.

그래프는 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말한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최적점은 ‘더 많이’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딱 적절한 곳’**에 있다.


5. 그렇다면 행정은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


행정이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 점은 이 지점이다.

시민이 체감하는 만족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미래 세대까지 지속할 수 있는 운영 방식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지점이 S*다.


여기서 핵심은
행정은 효율과 만족의 공동 최적점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현명하게다.


행정이 ‘적정선’을 고민하지 않으면
행정비용은 늘어나고, 실행력은 떨어지며, 결국 시민 만족도까지 낮아지는
‘부정적 삼중 효과’가 발생한다.


S*는 단순한 그래프의 점이 아니라
행정의 생존 전략이자 지속가능성의 좌표에 가깝다.


6. 최적 균형을 향한 행정의 새로운 태도

행정은 시민 만족을 지향하지만
비용 대비 효율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행정은 이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S0(현행 수준)에 있는가, S*(최적 수준)에 있는가?

추가 비용을 들였을 때 얻는 만족은 얼마나 증가하는가?

만족이 줄어들 때 드는 비용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과도한 맞춤이 아닌, 지속가능한 맞춤은 무엇인가?


행정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효율과 만족의 균형을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최적 균형이란
행정이 가장 ‘행정답게’ 일할 수 있는 지점을 말한다.


7. 균형을 찾는 행정이 미래를 만든다


그래프 속 S*는
행정과 시민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지점이다.


이 지점이 잘 설정되면
행정은 과로하지 않고
시민은 불만을 줄이고
사회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만족을 얻게 된다.


최적 균형이란 결국,
지속가능한 행정의 출발점이자
시민 중심 행정의 완성 지점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하는 것도, 가장 적게 하는 것도 아니다.

행정은 언제나 ‘가장 적절한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프는 그 여정의 지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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