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정하지 못하는 제조자는 무엇으로 남는가!
소공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익 이야기보다 먼저 나오는 말이 있다.
“단가를 우리가 정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이 문장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소공인이 산업 구조 안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진단이다.
가격을 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익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익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경영을 설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글은
소공인의 가격 결정권이
어디에서, 어떻게, 왜 사라졌는지를
구조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쓰였다.
가격은 원가에 이윤을 더해 계산되는 결과값이 아니다.
가격은 협상력이고, 위치이며, 권력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누가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가격을 제안했는지가 구조를 결정한다.
지금 대부분의 소공인은
가격을 제안하는 쪽이 아니라
통보받는 쪽에 서 있다.
이 지점에서부터
소공인의 경영은 이미 제약을 안고 출발한다.
소공인의 가격 결정권은
OEM 구조에서 가장 먼저 약화되었다.
OEM 구조에서는
기획은 브랜드가 하고
설계와 사양도 브랜드가 정한다.
소공인은
주어진 도면과 조건에 맞춰
정해진 단가로 생산한다.
이 구조에서 가격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거래 조건의 일부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인건비가 상승해도
납기 부담이 커져도
단가는 쉽게 조정되지 않는다.
소공인은 비용을 관리할 수는 있어도
가격을 설계할 수는 없다.
이때부터 가격 결정권은
현장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가격을 정할 수 있으려면
대체 불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소공인은
의도치 않게 ‘대체 가능한 생산자’로 분류되어 왔다.
비슷한 설비
비슷한 기술
비슷한 납기
이 조건이 겹치는 순간
가격은 경쟁의 대상이 된다.
발주처 입장에서 소공인은
파트너가 아니라 옵션이 된다.
옵션이 많아질수록
단가는 내려간다.
이 구조 속에서
가격 결정권은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소공인은
자신이 만든 제품이
최종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의 마진 구조
유통 단계별 가격
최종 소비자의 반응
이 정보는
현장에 거의 공유되지 않는다.
정보가 없으면
가격을 설계할 수 없다.
왜 이 단가가 낮은지
왜 이 조건이 불리한지
설명할 근거가 사라진다.
그 순간 소공인은
협상에서 말을 줄이게 된다.
침묵은
가격 결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소공인은 감을 가진 존재다.
공정의 난이도
불량 발생 가능성
납기 리스크
이 모든 것을
현장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감은
가격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이 공정은 까다롭다”는 말은
설명일 수는 있어도
가격 근거는 아니다.
설명되지 않는 가치는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가격 결정권은 다시 한 번 사라진다.
그동안 많은 정책이
설비, 인력, 기술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가격 구조에는
거의 개입하지 못했다.
표준단가
공정별 원가 기준
위험 분담 구조
이 영역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소공인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는 없었다.
가격을 건드리지 않는 지원은
수익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다음이 가능해진다.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인력을 설계할 수 있다
기술 축적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장기 거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가격 결정권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권의 일부다.
이 권한이 없으면
소공인은 언제나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구조에 머문다.
소공인의 가격 결정권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다.
OEM 구조
대체 가능성
정보 비대칭
설명되지 않은 감
이 네 가지가 겹치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라졌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소공인은
언제까지 만들어만 주는 존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가격을 설계하는 제조자로 다시 설 것인가.
다음 글에서는
가격 결정권 상실이
어떻게 경영 리스크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지를 다룬다.
11 소공인의 경영 리스크 악순환의 고리는
그 구조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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