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드러나는 리더의 품격
어떤 리더인지 알고 싶다면
회의실이 아니라 식탁에 앉혀보라고 한다.
회의에서는 누구나 포장한다.
하지만 젓가락을 드는 방식,
자리 양보의 순간,
메뉴를 고르는 말투에서는
습관과 인성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식사 매너는 ‘예의 바른 사람’의 증명이 아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관계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가 드러나는
조용한 리더십의 언어다.
예전에 신입사원 한 명이 긴장한 채
밥을 거의 삼키듯 먹던 장면이 있었다.
그때 팀장이 말없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먹어도 돼요. 우리 시간 맞춰가요.”
그 한마디에
구석구석 굳어 있던 공기가 부드럽게 풀렸다.
식사 속도는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다.
상대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감각이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다.
리더가 먼저 속도를 늦추는 순간,
팀 전체의 호흡도 편안해진다.
“여기선 다 이거 먹어요.”
이 말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불편할까.
식성, 알레르기, 종교, 건강…
사람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
좋은 리더는 메뉴를 고르는 순간에도 말한다.
“먹고 싶은 걸로 골라요.
못 먹는 게 있으면 얘기해줘요.”
선택을 주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
결정하는 사람보다,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이 리더다.
식사 자리에서 업무 보고를 시키거나
누군가의 뒷말을 꺼내는 순간,
테이블 위의 공기는 무거워진다.
밥 앞에서는 업무보다 사람이 먼저다.
가벼운 취미 이야기,
최근 읽은 책 한 권,
재미있었던 소소한 순간,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
밥이 넘어가고, 마음이 열린다.
그 다음에야 일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계산을 과시하는 것도,
부담을 주는 것도 필요 없다.
자리 정돈을 돕고,
“오늘 함께해 좋았습니다.”
단정하게 인사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를 정리하는 일.
식사 자리가 끝나는 방식은
그 리더의 뒷모습을 말해준다.
상대가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배려했는가?
메뉴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는가?
식사 속도를 맞춰주었는가?
대화를 점유하지 않고 들어주었는가?
휴대폰보다 사람을 바라보았는가?
자연스럽고 조용하게 마무리했는가?
이것이 지켜지는 식탁은
누구에게나 편안한 자리다.
우리는 일상 속 가장 단순한 순간에
가장 복잡한 마음을 느낀다.
식사 자리에서 느껴지는 존중과 여유는
팀의 공기를 바꾸고
조직의 속도를 바꾼다.
리더십은 거창한 미션 선언이 아니라
물잔을 먼저 채워주는 손길,
눈을 맞추는 미소,
천천히 먹어도 된다는 배려에서 시작된다.
밥 한 끼를 따뜻하게 이끄는 사람이
사람과 조직을 따뜻하게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