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이라는 이름의 무늬

어른이라는 옷을 입기에 아직은 서툰 우리에게

by BizManna

어느덧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변함이 없는데, 그 숫자가 요구하는 무게는 매해 조금씩 무거워지는 기분이랄까요. 문득 "나 진짜 어른 맞나?" 싶은 의문이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좋은 차를 타거나, 명함에 적힌 직함이 화려하면 그게 곧 어른의 완성인 줄 알았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껍데기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결’에 더 눈이 가더라고요.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어떤 모습인가요?"


최근 20대부터 50대까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어떤 모습인가요?" 결과는 꽤나 의외였습니다. 우리가 필사적으로 쫓던 사회적 성공이나 부유함은 가장 뒷전에 밀려나 있었거든요.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다름 아닌 '태도(Attitude)'였습니다.


저도 가끔은 주인공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나곤 합니다. 어디서든 내 목소리가 가장 커야 할 것 같고,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사람들이 진짜 어른으로 꼽은 모습은 정반대였습니다. 73.1%나 되는 이들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필요한 역할을 조용히 찾는 사람'을 1위로 꼽았거든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기보다는, 누군가 놓친 작은 빈틈을 슬쩍 채워주는 그 뒷모습. 거기서 배어 나오는 단단한 내공을 우리는 '품격'이라 부르기로 한 모양입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필요한 역할을 조용히 찾는 사람'


어른과 이른바 ‘꼰대’를 가르는 지점도 참 흥미롭습니다. 그 한 끗 차이는 결국 입을 여는 방식에 있더라고요. 내 방식이 옳다며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신, "나도 사실 그런 서툰 시절이 있었어"라며 자신의 민낯을 기꺼이 공유하는 사람. 72.9%의 사람들이 이런 따스한 공감에 마음을 연다는 건, 우리 모두가 완벽한 정답지보다는 함께 걸어줄 동료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그 삶의 궤적만으로 충분히 배움을 주는, 그런 어른 말입니다.


유능함이라는 단어의 정의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하느라 애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숨은 장점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어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죠. 나보다 남을 더 빛나게 해주는 여유. 이건 정말이지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지식이 많은 사람'은 겨우 30%의 선택만 받았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지식은 더 이상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공동체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마음(65.7%)은 검색창에서 결코 찾아낼 수 없는 귀한 가치입니다. '나'라는 좁은 세계의 울타리를 허물고 '우리'라는 넓은 들판으로 나아갈 줄 아는 마음의 너비.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나잇값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는 좁은 세계의 울타리를 허물고 '우리'라는 넓은 들판으로 나아갈 줄 아는 마음의 너비.


오늘 하루, 나는 어떤 무늬를 남겼을까요? 내 유능함을 뽐내느라 누군가의 실수를 가볍게 여기진 않았는지, 아니면 조용히 누군가의 장점을 발견해 격려의 한마디를 건넸는지 되돌아봅니다. 는 왜 이럴까요?


어른이 된다는 건 생물학적으로 늙어가는 노화의 과정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마음의 지평을 아주 조금씩, 하지만 단단하게 넓혀가는 '성숙'의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