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사람들에게서 '맛'이 느껴질 때

by BizManna

​가끔 밤늦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연락처를 쭉 내리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름은 수백 개인데, 막상 지금 당장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며 "술 한잔할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히거든요. 관계라는 게 참 어렵죠. 공기처럼 당연하다가도, 어느 순간 가시처럼 목에 걸려 아프게 하기도 하니까요.


​문득 유대인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친구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 그 비유 말이에요. '음식 같은 친구', '약 같은 친구', 그리고 '질병 같은 친구'.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주변 사람들도 정말 이 세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 무릎을 탁 쳤습니다.


"자니?"라는 뜬금없는 메시지에도 "ㅇㅇ 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음식 같은 친구입니다. 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잖아요? 아니, 오히려 하루라도 안 먹으면 기운이 없고 허전하죠. 제게도 그런 친구가 하나 있어요. 만나서 대단한 인생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제 먹은 점심 메뉴나 새로 시작한 드라마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을 뿐인데... 이상하게 헤어지고 나면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더라고요. "자니?"라는 뜬금없는 메시지에도 "ㅇㅇ 왜?"라고 편하게 답할 수 있는, 그런 삼시 세끼 같은 존재들. 사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건 이런 소소하고 담백한 관계들 아닐까 싶어요.


"정신 좀 차려"


​그런데 살다 보면 밥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인생의 고비'가 찾아오곤 합니다. 마음이 툭 하고 꺾여버릴 때, 우리에겐 약 같은 친구가 절실해집니다. 사실 약은 쓰잖아요. 삼키기 힘들고, 때론 거부감이 들기도 하죠. "너 지금 그게 문제야", "정신 좀 차려"라며 아픈 곳을 콕 찌르는 친구들의 조언이 그렇습니다. 저도 예전에 큰 실수를 했을 때 제 등을 정말 아프게 때리며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던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땐 그 소리가 어찌나 듣기 싫던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 쓴소리가 제 상처를 낫게 하는 유일한 처방전이었다는 걸요.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하지만 정말 주의해야 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질병 같은 친구들이죠. 친구라고 부르기도 좀 망설여지네요. 만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에너지가 바닥나고, 내가 못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들 말입니다.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로 시작해서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관계들. 예전엔 '인연인데 어떻게 끊어' 하며 억지로 붙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배려가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한 학대더라고요. 질병에 걸리면 격리가 필요하듯, 이런 관계에도 단호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걸 아주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친구일까?

​매일 생각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일까요, 아니면 아프지만 꼭 필요한 약일까요. 혹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일상을 갉아먹는 감기 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요?


"그냥 생각나서"


오늘 밤엔 오랜만에 '음식 같은 친구'에게 연락 한번 해보려 합니다. "그냥 생각나서"라는 짧은 말과 함께요.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오늘을 버틸 든든한 영양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