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관찰을 낳고, 관찰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선물하곤 합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문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문장,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구절을 다시 꺼내 든 건 순전히 제 게으른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저는 그동안 세상을 참 무심하게 봐왔던 것 같아요. 출근길에 마주치는 가로수, 늘 마시는 커피 잔의 문양, 심지어 매일 얼굴을 맞대는 가족의 표정까지도요. '다 아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순간, 그것들은 풍경의 배경으로 전락해버리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 작은 화분을 하나 들여오면서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초록색 잎사귀 뭉치였는데, 매일 물을 주고 잎을 닦아주며 '사랑'을 쏟다 보니 갑자기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잎 끝이 살짝 말랐네, 어제보다 조금 더 햇볕 쪽으로 몸을 틀었구나… 뭐랄까. 대상을 향한 애정이 생기니 비로소 그 존재가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었어요.
'안다'는 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그 대상에게 내 마음의 한 조각을 떼어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내가 애정을 담아 바라보기 시작하면, 세상은 비로소 숨겨두었던 해상도를 높여서 본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제까지는 그냥 지나쳤던 길고양이의 눈동자 색깔이 보이고, 늘 무심하게 마시던 커피의 쌉싸름한 끝맛이 느껴지는 거죠.
이게 참 신기한 게, 한 번 그렇게 사랑의 시선을 갖게 되면 다시는 무덤덤했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요. 세상이 훨씬 더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훨씬 더 풍요로워지거든요.
여러분도 혹시 요즘 세상이 좀 퍽퍽하고 재미없게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그건 세상이 변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하기’를 잠깐 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늘 쓰던 볼펜, 매일 신는 신발, 혹은 거울 속의 내 얼굴까지도요.
애정을 담아 빤히 들여다보는 순간, 장담하건대 여러분 앞의 세상은 어제와는 전혀 다른 빛깔로 출렁이기 시작할 겁니다. 결국 우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 마음의 크기만큼이니까요.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