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잃은 조직, 리더는 왜 혼자 외치는가
어느 조직이나 시작은 장대합니다. 투표를 하든, 인사 발표가 나든 새로운 리더가 세워지는 날이면 공기부터가 달라지죠. "이번에는 다를 거야", "저 사람이라면 뭔가 보여주겠지" 같은 기대 섞인 속삭임이 사무실 구석구석을 채웁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최근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 열기가 식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우리가 원해서, 혹은 합의하에 세운 리더인데, 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등 뒤에서 팔짱을 낀 채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리더를 따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제시하는 비전이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역설이냐고요? 새로운 리더가 가져오는 청사진은 대개 논리적이고, 효율적이며, 숫자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매끈한 설계도 안을 들여다보면, 정작 그 일을 해내야 할 '나'라는 사람의 땀방울이나 고민이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아요.
"이게 정답이니까 그냥 해"라는 식의 접근은 인간의 본능을 건드립니다. 사람은 정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 정답을 만드는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먹고 살거든요. 뭐랄까, 리더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 놓으면, 팀원들은 관객이 된 기분을 느낍니다. 관객은 박수는 쳐줄 수 있어도, 무대 위에서 함께 춤을 추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예전에 겪었던 한 리더가 떠오릅니다. 그는 유능했습니다. 판단도 빨랐죠.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늘 "이건 위에서 시킨 거야"라거나 "너희가 제대로 못 해서 결과가 이렇잖아"라는 뉘앙스를 풍겼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책임의 화살을 밖으로 돌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죠.
반면, 정말 따르고 싶었던 또 다른 선배는 조금 달랐습니다. 사고가 터졌을 때 그는 제일 먼저 커피 한 잔을 타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건 내 판단 미스였어. 뒷수습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최선만 다해줘." 그 투박하고 짧은 한마디에 우리는 말 그대로 '감동'해버렸습니다.
"우리가 리더를 등지는 건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그가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입니다."
리더를 따르게 만드는 건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보여주는 '등의 넓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리더를 등지는 건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그가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입니다.
가끔 사무실을 둘러보면 '조용한 파업'이 진행 중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몸은 책상 앞에 앉아 있고 메신저로 대답도 꼬박꼬박 하지만, 마음은 이미 퇴근해버린 상태 말이죠. 이건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인간적 연결고리'가 끊어졌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오늘 좀 피곤해 보이네?"라는 사소한 관심, 혹은 "그때 네가 해준 아이디어 정말 좋았어"라는 작은 인정 하나에 다시 노를 저을 힘을 얻는 지극히 감정적인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리더들이 숫자에만 매몰되어 사람의 표정을 읽지 못할 때, 팀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택합니다. "어차피 말해도 안 통할 텐데, 적당히 시키는 것만 하자"는 마음이 독버섯처럼 번져나가는 거죠.
결국 리더십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리더를 세우는 이유는 단지 누군가 지시를 내려주길 원해서가 아닙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먼 길을, 믿고 의지하며 함께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 혹시 누군가의 리더인가요? 혹은 누군가를 따르는 위치에 있나요?
그렇다면 한 번쯤 멈춰 서서 서로의 등을 봐주었으면 합니다. 명령이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결국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따뜻한 신뢰에서 나오니까요. 리더를 따르게 하는 건 시스템이 아니라, 그 시스템 사이사이를 채우는 사람 냄새 나는 진심입니다. - BizM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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