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없는 목적지

목적 없는 순간이 삶을 만든다

by BizManna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는 생존이 아니라, 사랑하고 감탄하는 순간들에 있습니다.”


우리는 참 치열한 세상을 삽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가 배운 건 주로 '생존의 도구'들이었죠. 아프면 고쳐야 하니 의학이 필요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법을 알아야 하며, 배를 곯지 않으려면 경제의 논리를 깨우쳐야 합니다. 여기에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엔진인 기술까지 더해지면, 우리는 비로소 이 험난한 세상에 내던져질 최소한의 도구들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지난 세대보다 우리 삶의 조건들은 월등하게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손가락 하나면 음식이 배달되고, 법과 경제 시스템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우리의 일상을 보호해주고 있죠. 그런데 이런 편리한 일상 속에서 저는 종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자율주행 차에 앉아 그저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는 공허한 관찰자가 된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 공허함을 채워준 것은 놀랍게도, 제가 그토록 무시했거나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이라며 미뤄두었던 시시한 것들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오는 가사 한 줄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던 순간. 퇴근길 지하철역 앞에서 파는 이름 모를 꽃 한 다발을 사 들고 집으로 향할 때의 설렘.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 가장 연약한 부분을 보여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껴지는, 사랑의 순간들.


이런 것들은 경제적으로 보면 완전한 적자입니다. 시간 낭비고, 감정 소모죠.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저는, 제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비로소 느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늘 '생존'과 '낭만', 이 두 가지 사이의 줄다리기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이 두 가지 사이의 줄다리기였습니다. 생존을 위해 더 날카로운 창과 정교한 기계를 만들어왔지만, 힘든 사냥과 노동이 끝난 뒤 사람들이 모여 앉아 했던 일은 결국 벽에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였죠.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의학은 생명을 연장해 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연장된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전적으로 ‘낭만’의 영역이라는 사실을요.


법률은 정의를 실현하지만, 사랑은 그 정의마저 뛰어넘는 용서를 가르칩니다. 경제는 부를 쌓게 해 주지만, 시는 그 부로도 살 수 없는 영혼의 풍요를 건네죠. 결국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기술을 닦고 경제를 공부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술과 경제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을 사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런 목적도 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그 비생산적인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물론 생존은 중요합니다. 밥을 굶으면서 시를 읊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길을 잃고 맙니다.


그러니 여러분, 가끔은 일부러라도 길을 잃어보세요.

효율이라는 나침반을 잠시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내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겁니다.

쓸모없는 책을 읽고, 실없는 농담에 배를 잡고 웃으며, 대책 없는 사랑에 빠져보기도 하는 거죠.

그런 '목적 없는 목적지'들이 모여 비로소 우리의 삶은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오늘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감탄하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나요?


- BizManna